대기업 감세로 방향 튼 정부, 반도체·배터리·백신 개발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5:30

업데이트 2021.07.26 17:18

반도체·배터리(이차전지)·백신 3대 분야의 R&D(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대해 세제 지원이 대폭 강화된다. 3대 핵심 산업에 ‘국가전략기술’ 트랙을 신설하고, R&D 비용을 최대 50%까지 세액 공제한다. 대기업이 8000억원대의 감세 효과를 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의 세 부담이 줄어든 건 정권 마지막 세법 개정인 이번이 처음이다.

34개 국가기술 연구비, 30~50% 공제 

26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올 7월부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사용하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연구개발(R&D) 비용은 30~40%를, 중소기업은 40~5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반도체·배터리(이차전지)·백신 관련 대상 시설에 투자할 경우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이 각각 6·8·16%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국가전략기술 34개, 대상 시설 31개가 지정됐다.

반도체배터리백신분야 세액 공제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도체배터리백신분야 세액 공제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존엔 신성장과 원천기술에 대해서만 세제 지원이 이뤄지던 것을 ‘국가전략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확장하고 공제 비율도 높였다. 이전까지 신성장·원천기술 관련 R&D 비용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20~30%, 중소기업은 30~40% 공제율을 적용했다. 이 같은 지원은 유지하되 국제경제 안보상 중요한 국가전략기술은 이보다 더 지원한다는 게 이번 세법개정안의 골자다.

반도체·배터리 경쟁 과열에

정부가 3개 분야를 지정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건 국제 산업 환경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반도체는 미국·중국 등과의 글로벌 기술패권과 공급망 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저탄소·친환경 경제 전환에 따라 배터리 의존도와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메모리, 시스템, 소재·부품·장비 등으로 나눠 지원한다. 15mm 이하급 D램 설계·제조기술, 170단 이상 낸드플래시 기술 등이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된다. 배터리는 리튬 이차전지의 안정성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과 고체 전해질 등 차세대 이차전지를 위한 부품 및 제조기술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됐다.

분야별 주요 국가전략 기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분야별 주요 국가전략 기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신 산업이 세제 지원 분야에 포함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 출연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기재부는 “타국 의존 시 국민생명과 건강 위협을 초래할 수 있고, (백신 접종이) 보건 위기 이후 경제회복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해 개발·시험·생산 전 단계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文정부 들어 첫 대기업 감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가전략기술 지원은 2024년 연말까지 3년간 이뤄진다. 다만 적용 기간을 2024년 이후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기재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로 1조1600억원가량 세입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업이 8830억원, 중소기업이 2770억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보게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17년 문 정부 첫 세제개편으로 대기업·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6조2683억원이 늘었다. 2018년엔 7882억원, 2019년(138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8760억원의 세 부담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늘었다. 대기업 증세 기조를 유지해 온 정부에서 처음으로 감세로 돌아섰다.

이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 전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R&Dㆍ투자를 지원해 ‘선도형 경제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세액공제 비율은 중소기업에 더 높게 설정했지만, 대기업의 투자금액이 워낙 많다 보니 대기업의 세제 혜택이 더 커지는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선 내년 3월 차기 대선을 고려한 민심달래기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지출과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걷어들이는 세금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다. 당정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나선바 있다.

납세자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세감면의 일몰 종료 9건, 재설계 23건, 연장 54건으로 개편안 대부분이 세감면 신설과 확대에 관한 내용으로, 한마디로 달콤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며 "불공정한 세제를 개선하기 보다는 특례를 남발하여 또다른 불공정을 키워가는 세제개편안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내년부터 2026년까지 총 세수가 누적 7조1662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경제사회의 성장 동력을 위해 꼭 필요한 분야에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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