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집무실 옆 건물서 극단선택…軍의 추락, 끝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5:07

업데이트 2021.07.26 17:05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걸린 국방부 깃발. 뉴스1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걸린 국방부 깃발. 뉴스1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다 구속된 공군 부사관이 국방부 장관 집무실 옆 수감 시설 안에서 사망했다. 국방부의 관리 소홀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장관 집무실 옆 건물에서 사망 사건
‘엄정 수사’ 군 통수권자 명령 이행 차질
경계실패, 부실급식, 장성 성추행 반복돼
국회 “대국민 사과 몇 번이나 했나” 질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 청해부대 집단 감염을 계기로 취임 이후 6번째 사과에 나선 지 닷새 만에 국방부 영내에서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군 기강을 다잡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거취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26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닌달 13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된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노모 상사가 지난 25일 오후 2시 55분쯤 의식불명으로 발견됐다. 노 상사는 즉시 민간병원에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노 상사는 국방부에 있는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 미결수용실에 구속수감돼 있었다.

지난달 12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당 부사관의 신고를 회유하는 등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노모 상사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당 부사관의 신고를 회유하는 등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노모 상사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노 상사가 숨지면서 여군 부사관 2차 가해를 비롯한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는 데 큰 난항이 예상된다. 노 상사는 지난달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보복협박’, ‘면담강요’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군 특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다음 달 6일 첫 공판을 앞뒀다.

국방부 검찰단은 “노 상사와 노모 준위가 지속해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편에게 사건을 무마할 것을 회유하고, 신고할 경우 받을 불이익으로 압박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중간수사 결과에서 밝혔다.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같은 부대 소속 장모 중사는 지난달 2일 구속돼 노 상사와 같은 국방부 시설에 수감돼 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근무지원단에 군사경찰 수감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근무지원단에 군사경찰 수감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음 달 6일 시작하는 1차 재판을 앞두고 노 상사가 사망해 사건의 실체 밝히는데 어려움이 예상돼 군 당국의 과실이 크게 드러났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한 사건이다.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수감자는 24시간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데 국방부 영내 수감시설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수감시설을 관리하는 군사경찰이 감시가 소홀한 팀을 타 노 상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경찰이 CC(폐쇄회로)TV를 통해 복도 등을 지켜보고, 정기적으로 순찰까지 하는 도중이었다.

게다가 수감시설은 국방부 장관의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국방부 영내에서 이 같은 사망 사고는 사상 처음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노 상사의 사망 사고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 탓에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군 수용시설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시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우리(의원들이)가 직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욱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뉴스1

한편 이날 국방위에서 국회는 군 당국이 백신 접종 노력에 소홀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가)주로 기항하는 오만과 협조를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국가와 협조 노력을 했었냐’는 질의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청해부대가 작전 지역을 이동하는 과정에 해군이나 군 당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청와대 결정으로만 처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장관은 “전투력을 만들어주는 해군본부의 임무도 있기 때문에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에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고 정부에 군 수뇌부 경질을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청해부대 34진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 장관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청해부대 34진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 장관 왼쪽은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오른쪽은 박재민 국방부 차관. 국방부

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부터 동해안 경계 실패, 부실 급식, 군 내부의 성추행 사건, 청해부대 집단 감염으로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장관의 영이 안 선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일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국방부 직할부대 장군이 긴급체포됐다. 사건은 국방부가 정한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지난달 3일~30일)의 마지막 날에 발생했다.

이날 국방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 아닌 사과 장관이다”며 “대국민 사과를 몇번이나 했나”며 서 장관을 질타했다. 서 장관은 “부실한 게 있으면 사과한다. 세보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군 당국의 백신 부실 대책을 지적하며 “이래서 청해부대 장병 얼굴 볼 수 있겠냐?”며 서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에 서 장관은 “지난번에 한번 봤고 다음에 또 보려고 한다”고 답을 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서 장관은 잇따른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지 못할 경우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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