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자던 천재 깨웠다" 박태환 넘은 황선우 신체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5:03

업데이트 2021.07.26 16:51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전 세계가 시름했지만 한국에선 '수영 괴물'이 탄생했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도쿄올림픽 경영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32)을 넘어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쑨양(30·중국)의 아시아신기록을 넘을 태세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가 22일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가 22일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황선우는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경영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1분45초53 기록으로 전체 6위를 차지해 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경영 종목 결승 진출은 한국 선수로는 2012년 런던 대회 박태환 이후 9년 만이다. 황선우는 전날 예선에선 1분44초62의 한국신기록 및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웠다. 박태환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작성한 종전 한국기록(1분44초80)을 11년 만에 0.18초 줄였다.

쑨양이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아시아신기록(1분44초39)을 깨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지난해부터 기록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서 올림픽에서 쑨양 기록보다 빠른 1분43초대도 가능하다. 올림픽이 생애 첫 무대라 긴장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런데 선수촌 식당에서 음식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고 한다. 평소처럼 무덤덤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수영 동호회 출신인 부모님을 따라 다섯살에 수영을 시작한 황선우는 어린 시절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또래 사이에선 잘하는 편이라서 서울체중에 왔지만, 그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한 명씩은 있었다. 그 스스로도 "힘도 부족하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 못하다. 수영선수인데 폐활량도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민석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도 "지난해 말 황선우 기록 연구를 위해 신체 능력에 대해 측정했는데, 다른 선수에 비해 폐활량 수치가 좋지 않아 놀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체조건은 전성기 시절 박태환보다 좋다. 키 1m87㎝로 박태환(키 1m83㎝)보다 크다. 지난해보다 1㎝ 컸고, 계속 크고 있다. 양팔을 벌린 길이는 193㎝로 박태환(192㎝)보다 1㎝ 길다. 민석기 박사는 "키가 자라고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아직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체질량 지수가 11%로 다부진 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는 아직 미완성 선수다. 근력도 근파워도 더 키워야 한다"고 했다.

수영 황선우가 26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전에서 힘차게 헤엄을 치고 있다. [뉴스1]

수영 황선우가 26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전에서 힘차게 헤엄을 치고 있다. [뉴스1]

그런데도 황선우는 어떻게 아시아기록을 넘보는 수영 괴물이 됐을까. 이 감독은 "코로나19 시대가 잠자고 있던 천재를 깨웠다"고 전했다. 아직 체력이 달리는 황선우는 회복이 느리다. 하루에 두 번 경기를 하면 전체적으로 기록이 떨어졌다. 도쿄올림픽 준결승 기록이 예선보다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황선우는 "어제 저녁에 예선을 치르고 다음날 오전 준결승을 하니 체력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면서 국내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수영장도 한동안 폐쇄됐다. 공교롭게도 부족한 체력에 맞게 휴식과 훈련을 분배할 수 있었다. 그러자 기록이 점점 빨라졌다. 2019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자유형 200m 1분47초69를 기록했는데 1년 9개월 동안 약 3초나 당겼다. 임계점을 넘은 황선우의 상승세는 무시무시하다.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 출전한 한국 황선우가 경기를 마친 뒤 기록을 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 출전한 한국 황선우가 경기를 마친 뒤 기록을 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수영 관계자들은 "황선우는 타고난 물감(感)이 굉장히 좋다"고 표현한다. 물을 타는 능력이 타고났다는 뜻이다. 황선우는 수영을 시작할 때부터 한쪽 스트로크에 힘을 더 실어주는 로핑 영법을 구사했다. 보통 오른팔과 왼팔이 '땅, 땅' 정박자로 스트로크를 하는데, 황선우는 "따아, 땅' 엇박자로 스트로크 한다. 황선우는 오른팔을 길게 뻗어서 돌리고, 왼팔은 짧고 빠르게 돌린다. 체력 소모는 크지만 순간적으로 힘이 붙어 빠르게 가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에게 적합한 영법이다.

김효식 한국체육대 체육학과 교수는 "로핑영법을 하면 한쪽에 힘이 너무 들어가 물속에서 몸이 기우뚱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 황선우는 오른쪽에 더 힘을 싣는 스트로크를 하는데도 양쪽의 균형이 잘 맞는다. 엇박자 스트로크를 하는지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선우는 27일 오전 10시 43분 자유형 200m 결승에 나선다. 그는 "결승에선 (메달보다는) 기록 경신을 목표로 잡고 있다.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했다. 던컨 스캇(영국·1분44초60)과 키어런 스미스(미국·1분45초07)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황선우가 기록을 다시 경신한다면, 아시아기록은 물론 메달도 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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