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앞 건물의 햇빛 반사로 눈이 부셔요…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3:00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35)

토지 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음향, 액체, 진동 기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임밋시온(Immission)’ 또는 ‘생활방해금지’라고 합니다. 민법 규정을 보면 토지 소유자는 매연, 열 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되고, 반면 이웃 거주자는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경우 이를 참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참아야 할 의무의 기준인데, 이러한 ‘수인(受忍) 한도’는 관련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인의 한도를 넘는 경우 피해자는 방해 금지 또는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도심을 거닐다보면 통유리 외벽으로 이뤄진 고층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진 pixnio]

도심을 거닐다보면 통유리 외벽으로 이뤄진 고층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진 pixnio]

최근 고층건물 외벽이 유리로 건축되면서 그로 인한 햇빛 반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이와 관련된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사례1
A 아파트는 2003년 9월 건축돼 주거용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X 회사는 2005년 5월 경 약 70m 떨어진 인근 부지를 매수해 관할 관청의 건축 허가를 받은 뒤, 2010년 2월 지하 7층, 지상 28층 높이 134.3m 규모의 건물을 건축했다.

X 회사 건물은 외벽 전체를 녹색 계열의 통유리로 하는 이른바 커튼 월(curtain wall) 공법으로 건축되었고, 이로 인해 태양빛이 반사되면서 A 아파트 주민들은 눈부심으로 고통을 받았다.

A 아파트 입주민들은 X 회사 건물의 태양 반사광은 인공 현상이고, 휘도 값, 1년 중 지속되는 시간, 1일 중 발생하는 시각, 1일 중 지속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수인한도를 초과하였다면서 태양 반사광 차단 시설의 설치 및 손해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태양 반사광과 관련된 수인한도 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기준을 보면 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 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건물 사이의 이격 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 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 조치와 손해 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이 그것입니다.

사례에서 하급심은 일조방해는 동짓날 8시부터 16시 사이에 4시간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데 태양 반사광 유입이 1일 1~3시간에 불과해 일조 방해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에게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태양 반사광 침해 기준은 일조 방해 기준과 다르게 보아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즉 태양 반사광은 직접 눈에 들어가 시각장애를 일으켜서 일조 방해보다 더 적극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시각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 및 지속 시간을 중요한 고려 요소로 보아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사례의 경우 빛 반사 밝기가 빛 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기준치(2만5000cd/㎡)보다 약 440배 내지 2만9200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고, 지속 시간도 연중 7개월가량 대략 1일 약 1~2시간, 연중 많게는 9개월가량 대략 1일 1~3시간이 돼 주거 생활을 방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사례2
Y건설 회사는 부산 OO 구에 위치한 C아파트로부터 300m 가량 떨어진 일반 상업용 부지에 지하 6층 내지 지상 46층, 66층, 72층 규모의 공동주택 3개 동, 33층 규모의 호텔 1개 동, 9층 규모의 업무시설 1개 동, 3층 규모의 판매시설 1개 동으로 구성된 H건물을 신축했다.

H건물은 아파트의 남쪽으로 약 30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복층유리(단열을 목적으로 2장 이상의 판유리를 일정 간격을 두고 시공한 유리)가 벽면을 뒤덮는 형태로 지어졌기 때문에 저녁 무렵 햇빛이 외벽 유리에 반사되어 아파트로 유입되고 있었다.

B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로 불쾌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등 생활에 방해를 받았다는 이유로 Y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사례의 경우 법원은 ‘불능현휘’ 현상을 기준으로 수인한도 초과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불능현휘 현상이란 인간의 시야 내에서 눈부심의 정도, 즉 휘도가 현저하게 높은 부분이 있는 경우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연간 불능현휘 현상이 나타나는 일수가 적게는 31일 많게는 187일, 지속시간도 적게는 1시간 21분, 많게는 83시간 12분, 하지를 기준으로 한 지속시간도 적게는 7분 많게는 1시간 15분까지 유입되는 빛의 휘도도 최소 기준치의 2800배인 점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법원은 수인한도를 초과한 사실을 인정하고 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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