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태풍까지…염분 보충제 나눠주는 도쿄, 선수들은 '고통'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12:17

업데이트 2021.07.26 13:32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랭킹 결정전에서 김제덕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머리 위에 얼음 주머니를 올려놨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랭킹 결정전에서 김제덕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머리 위에 얼음 주머니를 올려놨다. [연합뉴스]

덥고 또 덥다. 지난 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은 날씨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도쿄는 연일 폭염이다. 섭씨 30도가 넘고 습도까지 높아 체감 온도는 그 이상. 바람도 잘 불지 않으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메인 프레스 센터(MPC)에서 나눠주는 가방엔 쿨 시트와 염분 보충제가 들어 있다. 양궁 경기장에선 물에 적셔 쓰는 쿨 타월까지 나눠준다.

선수들은 더 고통스럽다. 미국 매체 'CNN'에 따르면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선 선수들이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부랴부랴 모래에 물을 뿌렸다. 지난 23일 열린 여자 양궁 랭킹 라운드에선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실신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점수를 확인하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 스타니슬라브 포포브 코치는 "이전에 훈련한 블라디보스토크와 날씨가 비슷하지만, 습도가 한몫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불만이 폭발한다. 지난 24일 남자 테니스 단식 1라운드에서 승리한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경기 뒤 "내가 겪은 최악의 더위"라고 꼬집었다. 테니스는 하드 코트가 열을 흡수해 체감 온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랭킹 2위 메드베데프는 폭염을 피해 오후 경기를 모두 저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도 "너무 힘들다"고 거들었다. 지난 24일 사이클 도로 경기일정을 마친 리치 포트(호주)는 "자전거를 타고 가장 힘든 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사이클 도로 경기는 234km를 주행하는 종목으로 6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야 한다.

도쿄올림픽 조위원회에서 미디어에 나눠준 주요 물픔. 왼쪽이 쿨시트, 오른쪽은 염분 보충제(아래)와 쿨 타월이다. 도쿄=배중현 기자

도쿄올림픽 조위원회에서 미디어에 나눠준 주요 물픔. 왼쪽이 쿨시트, 오른쪽은 염분 보충제(아래)와 쿨 타월이다. 도쿄=배중현 기자

예견된 문제다. 일본은 하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개최한 1964년과 비교하면 도쿄 날씨가 7, 8월 2.7도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964년 올림픽 때는 10월에 개막해 폭염을 피했지만 이번엔 7월에 열리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날씨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마라톤은 이미 '덜 더운' 삿포로로 경기 장소를 바꿨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가 오픈된 경기장에서 악전고투 중이다.

더운 날씨를 반기는 선수도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여자 육상 100m를 2연패 한 게일 디버스(미국)는 날씨가 더우면 근육이 더 빨리 풀린다고 주장한다. 이번 대회 여자 테니스 단식에 출전한 마리아 사카리(그리스)는 지난 24일 1라운드를 통과한 뒤 "이런 조건에 뛸 수 있어 좋다. 난 더위에서 놀며 자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난관이 있다. 일본은 현재 제8호 태풍 '네파탁'이 근접했다. 27일부터 도쿄가 대풍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경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도쿄올림픽은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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