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우리는 태풍을 기다린다." 첫 올림픽 정식종목 서핑

폭염 속에 치러지는 여름 올림픽이지만 지켜보는 사람까지 시원한 종목이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서핑이 그것이다.

도쿄 동쪽 쓰리가사키 해변에서 경기

일본의 카노아 이가라시 선수가 25일(현지시각) 일본 지바현 쓰리가사키 해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서핑 여자 1라운드 경기에서 멋진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서핑 경기장은 도쿄 동쪽 지바 현의 쓰리가사키 해변이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파도가 비교적 일관되게 치는 곳이다.

도쿄올림픽 서핑경기는 도쿄만 동쪽 지바 현의 쓰리가사키 해변에서 열린다. 구글맵 캡처

이곳에서 올림픽 서핑경기가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열린다. 이 기간을 경기 일로 잡은 것은 쓰리가사키 해변의 파도 흐름에 대한 40년 치 기록을 분석 예측한 결과 경기하기에 가장 적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8호 태풍 네타팍이 27일 도쿄에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조직위는 태풍에 대비해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을 경기 예비일로 지정해 두었다.

미국의 존 플로렌스 선수가 25일 남자 1라운드 경기에서 파도를 타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서핑경기 관계자들이 태풍을 두려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야외 종목인 비치 발리볼, 요트, 트라이애슬론 등과 달리 서핑에는 적당한 파도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쓰리가사키 해변의 잔잔한 파도가 불만이었던 선수들은 "드디어 '큰놈'이 온다"며 태풍을 기다리고 있다. 태풍이 큰 피해 없이 쓰리가사키 해변에 높은 파도를 만들어 주면 TV 앞에서 올림픽을 보는 세계인들에게 시원한 장면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 이탈로 페레이라 선수가 25일 남자 쇼트보드 1라운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아나트 렐리오르가 25일 여자 서핑 2라운드에서 파도를 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서핑엔 롱보드(2.7m)와 쇼트 보드(1.8m)가 있는데, 도쿄올림픽에는 쇼트 보드 종목만 채택됐다. 남녀 선수 각 20명이 출전하며, 약 30분간 최대 25번 파도를 탄다. 이중 가장 높은 점수 2개가 결과에 반영된다. 이후엔 2명씩 대결해 이긴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남아공화국의 비앙카가 25일 여자 서핑 2라운드에서 파도를 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 선수가 25일 남자 서핑 2라운드에서 멋진 경기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핑 강국은 미국과 호주, 그리고 브라질 정도다. 첫 올림픽에서 누가 금메달을 차지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선수들은 멋진 경기를 보여주지만 대회 관계자들은 엄격한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힘겨운 올림픽을 치르고 있다. 25일 서핑경기장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두기를 지키며 임무를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