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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영정사진' 몰래 찍어 초대박…광고회사 집념이었다[폴인인사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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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이 만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대표

카메라 CF를 찍는다고 해볼까요. 주인공이 찍은 멋진 풍광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죠. 그런데 갑자기 사진 찍던 그 주인공이 죽어버린다면요? 2015년 등장한 캐논 광고가 그랬습니다.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대표가 일하는 법 #클리셰를 부수자, 1000만이 열광했다

클리셰를 부순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는 건 돌고래유괴단의 독특한 원칙 덕분입니다.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큰돈을 줘도 찍지 않는다는 것. 광고주의 의견이 절대적인 광고업계에서는 꽤 모험적인 사업모델을 택한 돌고래유괴단을 폴인이 만났습니다.

인터뷰·글 : 최지연 객원 에디터

※ 이 인터뷰는 지식플랫폼 폴인 fol:in 에서 발행된 스토리북 〈폴인이 만난 사람〉 14화 중 일부입니다.

인맥도 자본도 아닌, 오직 콘텐츠로만 승부한다

ⓒ돌고래유괴단

ⓒ돌고래유괴단

인맥이나 자본 없이 '콘텐츠로만 승부한다'는 운영 방식을 택했습니다. 멋있지만 현실성이 부족한 선택으로도 보입니다.

처음엔 광고를 찍을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영화나 콘텐츠를 만들면 금방 빛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죠. 그렇게 다양한 규모의 영상물과 단편영화들을 찍었습니다. 그땐 새롭고 재밌는 걸 내놓으면 매체가 무엇이 되었든 사람들이 주목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인맥과 자본 없이 시작한 만큼 곧장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신 대표는 영화가 배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대학이나 아카데미에 진학하지 않았다) 그때가 마침 웹이라는 환경에 광고영상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한 시점이었죠.

물론 당시만 해도 TV광고가 메인이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웹에서라면 기존의 광고와 다른 문법으로 '우리만의 것'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광고주의 입김이 센 광고판에서 '우리만의 것'을 담는 게 가능한가요?

창작자가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고 끌고 나갈 수 있어야, 대중들이 알아서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진짜 바이럴 필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팀이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에도 시나리오나 편집에 주어지는 자유도를 고려해 프로젝트를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반년 동안 일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었고 결국 그렇게 빚만 쌓여갔죠.

다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을 때에도 '언제든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 믿음으로 저희 기준에 맞는 작업이라면, 아무리 작은 광고나 뮤직비디오라도 닥치는 대로 작업했습니다. 그 결과물들을 통해 조금씩 기회가 생겼고, 돌고래유괴단의 운명을 바꿔놓는 캐논 광고를 맡기까지 오게 된 거죠.

지금은 기업들이 의뢰하는 프로젝트의 3분의 1도 소화 못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만,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쌓인 빚만 3억 5천만원, 존폐의 기로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다

서울 영상광고제 금상 수상작 캐논 광고 〈안정환의 파워무비〉 ⓒ돌고래유괴단

서울 영상광고제 금상 수상작 캐논 광고 〈안정환의 파워무비〉 ⓒ돌고래유괴단

2016년 캐논 광고를 찍은 뒤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캐논 광고가 들어왔던 때는 돌고래유괴단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을 시점이었어요. 직원들 월급도 대출을 받아 지급하고 있었는데, 당시 쌓인 빚만 3억5000만 원이었죠.

더 이상 대출할 수 있는 곳도 없었어요. 그때 극적으로 캐논 광고를 찍게 됐고, 그 광고가 바이럴을 타며 호응을 얻었죠. 이후 작업한 광고들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계속 주목을 받게 됐고요. 그렇게 빚도 다 갚았어요.

캐논 광고를 찍을 때 광고주가 빼라고 한 '안정환 영정사진' 신을 몰래 촬영한 뒤 설득했다고요. 어떻게 설득했나요?

일단 그 장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다시 의견을 피력해보고자 했죠. 시사 때 몰래 찍은 에피소드까지 삽입해 보여주면서 '이 에피소드가 전체를 살릴 수 있고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설득했는데 광고주도 고심 끝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죠.

이제는 '돌고래유괴단은 이상하고 도전적인 걸 만드는 곳'이라고 인지한 상태에서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에 오히려 광고주들이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많은 자율권을 줍니다. 덕분에 우리도 더 과감한 시도들을 해나갈 수 있고요.

'15초 스킵'과의 전쟁, 보고 싶은 콘텐츠가 되는 법

돌고래유괴단의 광고는 가끔 광고보다 돌고래유괴단 자체가 더 돋보이는 느낌도 듭니다. 좋은 광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을 텐데요.

보통 광고에는 제작진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광고제작사도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우리를 인지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작품이 계속해서 흥행하고 대중들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법이나 디테일, 개성 같은 것을 이해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돌고래유괴단이 돋보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오히려 돌고래유괴단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이 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었을까요?

돌고래유괴단이 광고한 슈퍼셀의 '브롤스타즈'라는 게임은 광고 후 신규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그 주 1위를 차지했어요. 이마트 쓱 배송 같은 경우 광고 직후 매출이 20프로 넘게 증가했고요. 유니클로 감탄팬츠도 그 해 상반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재고가 부족해 일본, 중국에서 물량을 가져와 판매했을 정도였죠.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대중에게 회자되는 게 광고의 목적이라 생각해요. 그러려면 광고도 콘텐츠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어야 할 테고요. 광고를 콘텐츠화한다고 해서 목적을 잃어선 안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그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험적인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바이럴이 이뤄지기 전까진 성공을 예단하기 힘들 텐데요.

다행히 캐논 광고로 빛을 보기 전부터 쭉 받아온 피드백 덕분에 어느 정도 감이 생긴 것 같아요. 초창기에 저예산 콘텐츠를 웹에 내놓았을 때부터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는지를, 무엇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올 수 있었습니다.

광고라는 건 결과가 조회수나 댓글 등 구체적인 숫자와 피드백으로 극명하게 나타나는 영역이에요. 작품의 퀄리티를 떠나 그것이 성공한 광고인지 아닌지 즉각적으로 알게 되죠. 그러다 보니 대중의 반응을 앞서 예측하고 고민해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됐죠. 이젠 예전보다는 대중의 눈코입이 희미하게나마 좀 보이는 것 같아요.

SF물 〈고래먼지〉도 당시 로맨스물이 대세였던 웹 드라마 업계에선 전례 없는 모험이었습니다.

웹 드라마 의뢰를 받았을 때 사실 로맨스물을 제작하기는 죽기보다 싫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었고요. 무엇보다도 돌고래유괴단이 시장에서 기대 받고 있는 지점은 '새로운 시도'였고, 그걸 잘 해내고 싶었어요.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게 저는 되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SF물은 제작비도 너무 많이 들고 우리나라에선 잘된 선례도 없었죠. 시도를 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지만 저예산이라도 효율적으로 잘 구성해본다면 신선하지 않을까, 흥행성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고래유괴단이 일하는 법

돌고래유괴단은 배우·스태프와 여러 번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크루처럼 움직인다. ⓒ돌고래유괴단

돌고래유괴단은 배우·스태프와 여러 번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크루처럼 움직인다. ⓒ돌고래유괴단

돌고래유괴단만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일을 배분하는 룰이 따로 있나요?

프로젝트 OT를 받으면 감독들이 2시간 정도 흩어져 시나리오를 짜서 모이기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내부 경쟁을 통해 채택된 감독에게 전권을 맡겼죠. 지금은 소화해야할 프로젝트가 많아져 그럴 시간이 부족해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브랜드의 메시지와 성격을 고려해 적합한 감독에게 맡기는 편입니다.

다만 초창기 멤버들은 과거의 경쟁 피티(PT) 시간을 통해 그간 제작에 대한 감을 키워왔지만, 신입들은 훈련이 필요한 상황이죠.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가상의 광고주와 메시지를 두고 발표하는 ‘피티 데이’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발표한 아이디어들을 항상 적어놓게 해요.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꺼내보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보이기 마련이거든요.

담당 감독 1명이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오롯이 끌고 간다고 들었는데요. 1명이 온전히 작품을 책임지게 되면 퀄리티에 때론 독이 되진 않나요?

저는 한 사람이 결과물에 최선을 다 했는데 거기에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대응하며 완전히 뭉개버리면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물론 저도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주지만 최종 결정은 담당자에게 맡기죠.

우리 작업물은 항상 결과로 나오는 숫자를 맞닥뜨려야하다 보니, 담당자들이 성패에 부담을 엄청 느끼고 있어요. 그 책임감에 굉장히 깊게 파고들며 최선을 다한다는 걸 저도 알죠. 그래서 믿어주려고 합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놔두는 편입니다. 프로젝트를 여러 번 하게 되면 담당자 본인도 비슷한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든 받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죠.

이 컷이나 신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더 좋았겠구나, 하고요. 누가 시키는 대로 수정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면서 관객을 설득하는 감각을 탑재해 가는 거죠.

이병헌 같은 유명 배우들 외에도 덜 알려졌지만 좋은 배우와도 일찍부터 함께 작업을 하셨어요. 캐스팅은 주로 어떤 경로로 하게 되나요?

김주헌 배우 같은 경우는 오디션을 봤었는데요. 그때도 극단에선 이미 유명한 배우였고, 실력과 재능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이었죠. 지금도 꾸준히 작업을 같이 하고 있고요. 김주헌 배우 외에도 신구, 양동근 배우 등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마음이 맞는 분들과는 계속 함께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호흡을 맞추다 보면 거기에서 얻게 되는 시너지가 굉장히 커요. 서로 원하는 부분들을 빨리빨리 캐치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시간도 많이 절약이 되죠. 스텝들도 저희는 거의 매번 같은 팀과 작업합니다.

그래서 배우와 스텝들, 돌고래유괴단이 하나의 크루처럼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그런 좋은 분위기가 결국 퀄리티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 같고요.

최근 웹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광고 제작을 넘어 자체 콘텐츠 생산자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후략)

※ 이 인터뷰는 지식플랫폼 폴인 fol:in 에서 발행된 스토리북 〈폴인이 만난 사람〉 14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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