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인척 접근, 13세 소녀들 성적학대…대법 "다시 재판" 왜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06:00

업데이트 2021.07.26 07:13

여성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사람에게 아동음란물 제작·배포죄 외에 아동음란물 소지죄까지 적용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음란물 제작자가 이를 소지하는 경우 음란물소지죄는 음란물제작·배포죄에 흡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래인 척 접근…17일간 150회 성적 학대 

2019년 12월 18일 오전 1시50분경 A씨는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고민 상담 앱에서 또래인 척 접근해 여성 청소년과 대화를 나누며 성적 대화를 유도했다. 이를 빌미로 협박해 신체 노출 사진을 찍게 하는 등 12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다. “자신의 요구대로 따르지 않으면 얼굴 사진과 대화 내용을 SNS에 퍼트리겠다”면서다.

어린이 성폭력 이미지그래픽. [중앙포토]

어린이 성폭력 이미지그래픽. [중앙포토]

다음 날 A씨는 또 다른 여성 청소년에게 같은 수법으로 다가가 17일간 150차례에 걸쳐 신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하는 등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후 자신이 군 대체복무 중이던 2020년 1월 15일경 피해자들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전달받은 성착취물 276건을 저장해 휴대전화에 보관하기도 했다. 당시 피해자들의 나이는 모두 13세였다.

1·2심은 제작·배포 및 소지죄로 7년형 선고

1심은 “어린 피해자의 약점을 잡아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무겁고, 음란물 제작은 이를 소지하는 행위를 수반하므로 음란물 소지죄와 제작죄는 별개의 죄가 아니다”라며 항소했다. 현행법상 한 사람이 다수의 범죄를 저지르면 ‘실체적 경합’에 해당해 가중 처벌하고 있는데 A씨는 사실상 ‘하나의 범죄’를 저질러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법봉 이미지그래픽. [중앙포토]

법봉 이미지그래픽. [중앙포토]

하지만 2심은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 제작 영상 파일을 전송받은 행위는 제작 행위와 구별되는 ‘소지’ 행위”라며 “제작 행위로 발생한 위험과는 별개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영상 소지 행위가 제작 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불가벌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A씨의 법리 오해 주장을 배척했다.

大法 “소지죄, 제작·배포죄 별개 아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음란물 소지죄는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음란물 제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처벌규정”이라며 “아동음란물 제작 행위에 소지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 이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해당 규정의 기본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다만 아동음란물 제작자가 제작에 수반된 소지 행위를 벗어나 새로운 소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별도 소지 행위를 개시했다면 이는 음란물소지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이를 살피지 않은 채 음란물 소지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음란물 제작·배포죄와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지난 8일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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