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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귀환'에 은행 사상 최대 실적…투자자 지갑 두둑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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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속터지던 은행주의 시간도 이제는 끝나는 걸까. 사상 최대 실적에 은행의 발목을 잡았던 배당 제한이 풀린 데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되며 순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예금 금리는 제자리인데, 대출 이자는 훌쩍 뛰며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덕분이다.

상반기 실적 88% 늘어난 곳도 #'실적·배당·금리' 세 날개로 훨훨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익이 약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8조원은 이들 금융그룹의 작년 전체 당기순익의 75%에 달하는 규모이며 국내 금융 역사에서 은행그룹이 이러한 이익을 낸 적은 없었다.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익이 약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8조원은 이들 금융그룹의 작년 전체 당기순익의 75%에 달하는 규모이며 국내 금융 역사에서 은행그룹이 이러한 이익을 낸 적은 없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장사를 잘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2조4743억원), 하나금융(1조7532억원), 우리금융(1조4197억원), 농협금융(1조2819억원) 등은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7일 실적 발표를 하는 신한금융도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1조191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 상반기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 금융지주 상반기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금융그룹의 실적을 견인한 건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핵심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1조4226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 동기(1조2468억원)보다 순이익이 14.1% 늘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때는 2019년 상반기 때보다 순이익이 줄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1조2530억원)이 전년 동기(1조630억원)보다 17.9% 늘었고, 우리은행도 상반기 순이익(1조2830억원)으로 전년 동기(6820억원)보다 88.1% 늘었다.

은행들의 순이익이 늘어난 건 순이자마진(NIM)이 오르면서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발생한 수익이다. NIM 상승이 가장 가파른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28%, 올해 2분기 1.41%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51%→1.56%로, 우리은행은 1.29%→1.37%로 상승했다.

올라가는 순이자마진(NIM), 커지는 이자이익.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라가는 순이자마진(NIM), 커지는 이자이익.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NIM이 올라간 건 우선 대출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흘러넘치면서 상대적으로 이자를 덜 줘도 되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5월(374조2654억원) 1년 전(294조9777억원)보다 27%나 늘어났다.

반면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5월 2.81%에서 올해 5월 2.89%로 올랐다. 반면 수신금리는 같은 기간 1.07%에서 0.83%로 떨어졌다.

'님(NIM)'의 귀환으로 은행의 곳간은 두둑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순이자이익이 늘며 오는 27일 발표될 신한금융 실적까지 포함하면 5대 금융그룹이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자이익만 20조원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은 KB금융(5조4011억원), 하나(3조2540억원), 우리(3조3227억원), NH농협(4조1652억원) 등이다.

투자자의 기대감은 부푼다. 일단 둘러싼 상황은 우호적이다. 한은이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은 더 늘어나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72%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여기에 증권·보험·카드 등으로 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 데다, 수수료 이익 등 비이자 이익 등도 꾸준히 늘고 있어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KRX 은행 지수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KRX 은행 지수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은 주당 750원, 하나금융 700원, 우리금융 15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신한금융도 실적발표와 함께 중간배당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의 목표가를 1만5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리며 “금융당국과 한은이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 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 강화를 지속적으로 예고한 만큼 우호적 환경이 이어지면서 기대 이상의 실적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세 속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말 1.75%까지 올라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 23일 1.28%까지 떨어졌다. 지난 19일에는 1.1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시중금리도 내려가게 된다.

카카오뱅크의 증시 입성으로 수급 부담도 생길 수 있다. 다음 달 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카뱅의 일반 청약은 26~27일 진행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수요예측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은행주에 대한 수급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계속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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