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소 140억 날린다…'무소속 윤석열' 불가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05:00

업데이트 2021.07.26 14:43

2012년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를 공식 선언하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당시 야권에선 이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사실상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한 것이기 때문에 막판 지지층 결집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에선 대선이 사실상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는 데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이때 불거진 게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당시 이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을 했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통진당에 선거보조금 27억34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중도 사퇴를 하며 결과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은 셈이 되자 새누리당은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이 후보가 사퇴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박근혜 당시 후보가 직접 나서 “처음부터 (대선에) 끝까지 나갈 생각도 없으면서 27억을 받고, 이게 국회에서 한참 논란이 됐던 ‘먹튀법’에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통진당은 “법대로 할 것”이라며 27억원 반환을 거부했다. 이러한 먹튀 논란은 결과적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당시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거리에서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2년 대선 당시 통진당 선거보조금 27억 ‘먹튀’ 논란

최근 정치권에선 이러한 먹튀 논란이 내년 3·9 대선 때도 10년 만에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범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채 야권 후보 단일화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윤 전 총장과 입당 논의를 위한 ‘치맥 회동’을 한 뒤 “대동소이(大同小異)”라고 말하는 등 최근 윤 전 총장의 입당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입당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입당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8월이냐 11월이냐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솔직해져야 한다”며 “정확히는 8월이냐 내년 2월이냐다”라고 썼다. 윤 전 총장이 8월에 입당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11월이 아니라 대선 후보를 등록하는 내년 2월까지 단일화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아름다운 단일화요? 대선 단일화는 지는 쪽이 수백억의 자금 부담을 끌어안고 사라져야 되는 단일화”라며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한 모든 수가 동원될 것”이라고 적었다. 결국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는 돈 문제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2012년 12월 10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가운데) 통합진보당 후보가 대선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12월 10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가운데) 통합진보당 후보가 대선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실제 정치권에서 대선은 ‘쩐(錢)의 전쟁’으로 통한다. 정치권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무소속 신분으로 대선 완주를 할 수 없다고 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돈 문제다. 천문학적인 돈을 소속 정당 없이 충당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지난달 29일 확정한 내년 대선의 후보 1인당 선거비용제한액은 513억900만원이다. 그 중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규모는 최대 10%다. 정치자금법은 대선 후보 후원회와 대선 경선 후보 후원회가 각각 선거 비용 제한액의 5%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선거 비용 상한선을 고려하면 경선과 본선에서 각각 25억6545만원의 후원금을 거둘 수 있다. 정당 후보와 달리 무소속 후보는 경선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이마저도 정당 후보의 절반밖에 모금할 수 없다. 후원금을 뺀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빌리거나 국민을 상대로 정치자금 펀드를 모집해야 한다. 이걸 문제 없이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후보 단일화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문제는 단일화에서 지는 쪽은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선거비용은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 보전되고, 10~15% 득표하면 절반이 보전된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에서 패한 경우에는 한 푼도 되돌려받지 못한다. 후보 단일화를 조기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협상이 길어질수록 잃어버리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은 실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면 11월은 커녕 내년 3·9 대선 후보 등록 직전까지도 신경전이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돼도 지는 쪽은 한 푼도 보전 못 받아

정당 입장에서는 선거보조금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때 각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 총액은 각각 421억원과 451억원이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내년 대선 때는 대략 450억원 안팎의 선거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총액이 450억원이라고 할때 국민의힘 몫은 대략 14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후보 등록 전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되고 무소속 후보가 입당을 거부한 채 야권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은 이 돈을 받지 못한다. 후보 등록 후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돈은 받을 수 있지만 2012년의 먹튀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이중보전받는 선거보조금 못받으면 국민의힘은 최소 140억원 손해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이 선거보조금의 이중보전 제도다. 현행법은 각 정당이 국고에서 받은 선거보조금으로 대선 비용을 충당한 뒤 이를 다시 국고에서 되돌려 받을 때 포함시키는 걸 금지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선거보조금을 140억원을 받아 대선 후보를 위해 쓴 뒤 그 후보가 15% 이상 득표하면 정당이 140억원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나랏돈이 정당 재산으로 쌓이는 이른바 ‘선거 재테크’다. 국회가 외면하고 있지만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이중보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쨌든 제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만일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면 이 돈은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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