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여성암 발병률 1위 유방암, 간단한 혈액검사로 0기 진단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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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많이 생기는 암이다. 한 해에만 2만여 명 이상이 새롭게 유방암으로 진단받는다. 유방암은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면 10명 중 9명이 5년 이상 생존한다. 10년 생존율도 88% 이상이다. 암은 빨리 발견·치료할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최근엔 유방암 검진 기술이 한 단계 진화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유방암을 감별할 수 있다.

진화하는 유방암 검진

바로 유방암 액체 생검 ‘마스토체크’다. 유선 조직이 치밀한 한국인은 유방 촬영 검사로는 암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확실하게 보완한다.

유방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유방암 검진의 기본은 유방 촬영 검사다. 우리나라는 만 4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유방 촬영 전용 기계로 가슴을 상하좌우로 납작하게 누른 상태에서 X선을 투과해 유방 내부 조직을 전체적으로 살핀다.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하는 것이 유방암 액체 생검이다. 혈액 속 유방암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세 종류의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정량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방식으로 유방암을 진단한다. 아프고 복잡한 유방 촬영 검사와 달리 혈액만 채취하면 된다.

한국 여성에게 많은 치밀유방에 효과적

유방암 액체 생검은 한국인처럼 유방의 크기가 작고 유선 조직이 치밀할 때 유용하다. 나무가 빽빽한 숲에서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치밀유방으로 유선 조직이 촘촘하게 있어 숨어 있는 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유방이 치밀할수록 정상적인 조직과 유방암 병변을 X선 이미지로 구분하기 매우 까다롭다. 강남차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김유미 교수는 "이전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실질조직이 75% 이상인 고밀도 치밀유방 여성의 경우 실질조직이 10% 미만인 저밀도 유방 여성에 비해 10년 내 유방암 발병 확률이 4~6배 가량 높은데 유방 촬영 검사만으로는 정확하게 진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 매년 유방암 국가암검진을 받는 여성의 13%(약 55만 명)는 판정 유보 소견을 받는다. 이들의 80~90%는 치밀유방이다. 유방초음파·유방MRI·조직검사 등 고가의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검사 기간 동안 암일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감내해야 한다.

유방암 액체 생검의 유효성은 명확하다. 특히 유방암이 의심되지만 치밀유방으로 판독이 어려울 때 유방암 액체 생검을 병행하면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액체생검·유방영상촬영을 병행할 경우 암 진단 정확도는 87.1%에 이른다. 특히 유방암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민감도는 무려 93.9%다.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 등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유방 촬영 검사만 단독으로 했을 때 정확도는 71.3%, 민감도는 63.0%다. 김유미 교수는 “유방 촬영 검사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유방암 환자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액체 생검을 통해 0기 유방암을 발견한 경우도 있다. 유방 촬영 검사, 유방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유방암 전 단계인 미세석회화 결절이 의심됐지만 정확한 판독은 어려웠다. 유방암으로 진단하기도, 그렇다고 이상이 없다고 확신하기도 힘들었다. 조직 검사 전에 ‘마스토체크’를 추가로 시행했더니 유방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암세포가 상피 안쪽에만 국한돼 위치한 유방상피내암으로 판정받았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유방암 검진의 한계를 유방암 액체 생검이 보완한 셈이다.

누구나 건강검진서 뽑은 혈액으로 검사

한 여성이 유방암 액체 생검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한 여성이 유방암 액체 생검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유방암 액체 생검은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40세 미만으로 국가암검진 대상이 아니거나 치밀유방일 때, 방사선 노출에 예민한 가임기 여성 등은 유방 촬영 검사가 어려울 때 유방암 액체 생검을 고려한다. 건강검진을 신청할 때 관련 항목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선택하거나 추가하면 된다. 별도의 검사 없이 혈액검사 때 채취한 혈액을 분석하면 간단하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하나로의료재단, 한신메디피아, 미래의료재단(서울·부산) 등 국내 주요 검진 전문기관은 물론 분당차병원·강남성심병원·순천향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검진센터를 중심으로 유방암 액체 생검을 빠르게 도입·활용하고 있다. 연 100만 명 이상 검진받는 KMI한국의학연구소 역시 올 하반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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