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비즈 칼럼] 고등교육 재정지원 늘려야 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07.26 00:04

업데이트 2021.07.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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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석수 부산대 기획처장

김석수 부산대 기획처장

2021년 고등교육 예산은 11조 1,455억 원으로, 전년보다 3,169억 원이 증액되었다. 우리나라 GDP 대비 0.64% 수준이다. 그동안 점진적인 고등교육 예산의 증가는 계속 있어 왔지만, 2017년 기준 OECD 평균 1%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물론 OECD 내에서도 고등교육 정책 기조에 따라 국가별 편차는 존재한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세미나에서 전국 대학 총장들은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접어든 고등교육 환경 악화를 예견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13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들은 재정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대학 간 미세한 차이로 탈락되면 생존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국립대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재정위기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도시에 있는 국립대나 경쟁력 있는 사립대를 보호하는 노력을 해 달라’는 등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고 정부의 획기적이고도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이 대학과 국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현 정부의 정책 슬로건에는 ‘국가균형발전’과 ‘혁신성장’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등교육 정책과 대학교육 현장을 달구는 작금의 화두도 국가균형발전과 교육혁신이다. 교육부는 2018년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토대로 2019년부터 고등교육혁신을 위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런칭했다. 2021년 현재 143개 일반대학이 총 6,951억 원의 사업비를 수혜하고 있다. 자율개선대학은 대학 중장기발전계획에 입각한 자율혁신을 요구받고, 역량강화대학은 정원감축 및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한다. 또한 2018년부터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 강화를 위한 국립대학육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9개 국립대학들이 연간 총 1,500억 원의 일반재정지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국립대학혁신사업을 추진 중인데, 국립대학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가 최근 수행한 정책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은 창의 융복합 교육과정 혁신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다. 혁신성장을 주도할 창의인재 양성 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무엇보다도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학교육이 변화하고, 핵심역량과 교수학습역량 강화 및 교육환경 혁신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또한 사업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내외부 성과관리시스템이 잘 가동되면서 대학 교육혁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처럼 고등교육 일반재정지원사업의 수준과 성과는 보이지 않는 이 순간에도 계속 레벨 업이 되면서 대학교육현장을 차근차근 변모시켜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내년에 지속될 대학혁신지원사업의 규모를 2조 원 수준으로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국립대학육성사업 역시 현 사업비보다 배 이상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혁신플랫폼사업 역시 전 권역이 참여하도록 사업규모의 확대 및 유지가 필요하다. 올해 시작된 디지털혁신공유대학사업의 내년도 사업비 확대와 주관대학의 다양성 확보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교육계 요구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는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성과를 단선적 시각의 단기적 결과(output)가 아니라 장기적 변화(outcome)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성과는 주-효과(main effect)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 간의 상호작용효과라는 시너지 작용으로 더 큰 장기적 성과로 구현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지 않는가.

올해 7월, 전국의 대학들은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뉴노멀과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직면하여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대학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국회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대학들에게 충분한 재정 지원이라는 혁신의 동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스스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수준, 그리고 더 이상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외부의 추가적 투자가 요구되지 않는 수준인 임계질량(critical mass)까지 고등교육예산 확대와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명실 공히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 정부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고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대학도 고등교육의 적정 규모화와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자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스스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 간 협력적 경쟁을 통하여 공유와 상생의 가치도 구현해내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대학의 책무도 그 어느 때 보다 무겁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과 대학의 미래지향적 혁신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양자도약(quantum leap)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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