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사고뭉치 MBC..민영화가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21:43

업데이트 2021.07.26 00:55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MBC 방송화면 캡처. 우크라이나 선수가 입장하는 장면에서 체르노빌 원전(네모 안쪽)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우크라이나 선수가 입장하는 장면에서 체르노빌 원전(네모 안쪽)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황당방송 물의..정치편향 보도 더 문제..내부비판 심각
5공시절 통폐합 후 40년간 정치외풍..민영화가 방송민주화

1. 문화방송(MBC)이 계속 입길에 오르내립니다.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하면서 사고 쳤습니다. 각국 선수단을 소개하면서 황당한 설명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소개하면서 ‘체르노빌 원전사고’국가로, 루마니아를 소개하면서 '드라큘라' 사진을 넣었습니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에 찬 물을 끼얹는 결례들입니다.

2.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건 정치관련 보도입니다. 언론사뉴스를 다루는 인터넷매체‘미디어오늘’보도에 따르면..MBC뉴스데스크가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스를 15번째 꼭지로 다룬데 대해..내부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김경수는 이날 대법원에서‘대선 여론조작 드루킹 사건’에 공모한 죄로 징역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유죄확정이니 중요한 뉴스입니다.

3. 같은 지상파 KBS와 SBS는 물론 종편 JTBC MBN TV조선 등도 톱뉴스로 가장 앞에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MBC는 뉴스 후반부에 해당되는 15번째에 배치했습니다. 방송뉴스는 통상 앞쪽에 중요한 뉴스를, 뒤쪽에 덜 중요한 뉴스를 배치합니다.
내용면에서도 소홀했습니다. KBS와 SBS는 첫머리에 4개의 리포트를 집중배치해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반면 MBC는 두 꼭지로 처리했는데..그나마 하나는 ‘청와대와 정치권 반응’입니다. 사실상 재판 내용은 한 꼭지로 간단히 지나간 셈입니다.

4. MBC내부에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MBC 보도국엔 뉴스공정성을 감시하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보도국 기자가 여기에 문제제기를 했답니다. 또 MBC 복수노조 가운데 제3노조가 23일 ‘김경수 15번째 리포트 배치..뉴스치욕의 날’이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사내 익명게시판에도 비판들이 올라오고 있답니다.

5. MBC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건..기본적으로 정치바람에 휘둘릴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MBC는 전국 주요도시 방송연합체였습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민간기업 MBC 주식을 강제로 빼앗아 공영화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5공청산’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MBC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대주주 이름이 ‘방송문화진흥회’로 바뀌었을뿐..여전히 정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6. 그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히 여야가 교체될 때마다 홍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전 정권에서 임명한 사장이 새 정권의 퇴진요구에 반발해 일어나는 소동입니다. 사장이 바뀌면 주요 간부진들도 정치성향에 맞춰 물갈이되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보도에 정치적 편향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정권교체가 거듭되어도 편향성이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7. 스포츠중계에서 황당한 실수가 터진 것도..이런 정치외풍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내부 리더십 교체과정에서 이전 정권 사람들이 많이 배제되기 마련입니다. 쉽게말해 겉도는 사람이 늘어납니다.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면 상대적으로, 정치적으로 덜 중요한 부문(스포츠)에 허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도 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부문 인력을 줄였답니다.

8. 공영방송은..필요하다고 하더라도 KBS 하나면 충분합니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따라서 MBC 문제를 치유하는 근본적 방법은 정치에서 놓아주는 것, 즉 민영화하는 겁니다. 멀쩡한 민간방송이 전두환 시절 통폐합되고, 지금도 정부 영향 아래 있습니다. 그야말로 40년 적폐입니다.

9. 쉽지는 않을 겁니다.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정권이 ‘방송구조개혁=MBC민영화’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 손안에 들어온 칼을 스스로 내려놓을 이유가 없겠죠.
집권자가 아니라 유권자가 목소리를 내야겠습니다. 마침 대선시즌입니다. 누가 MBC민영화를 해낼 수 있을까요?
〈칼럼니스트〉
2021.07.25.
(※휴가로 이번 주 연재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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