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시루 버스, 턱스크…이미 깨진 '도쿄식 버블'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9:51

업데이트 2021.07.25 21:22

세계 각국의 미디어 관계자들이 모인 도쿄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MPC)의 모습. 마스크를 내리고 얘기하거나, 중간중간 아예 벗고 있는 사람들을 꽤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회 관련 운영진들이 주의를 주는 경우는 없다. 도쿄=배중현 기자

세계 각국의 미디어 관계자들이 모인 도쿄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MPC)의 모습. 마스크를 내리고 얘기하거나, 중간중간 아예 벗고 있는 사람들을 꽤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회 관련 운영진들이 주의를 주는 경우는 없다. 도쿄=배중현 기자

도쿄 올림픽의 방역 모델은 지난해 미국 프로농구(NBA)가 채택한 '버블'(격리 공간) 방식이다. 이번 대회에는 206개국(난민팀 포함) 1만1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자칫 올림픽이 코로나19 재창궐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개막일부터 방역 수칙 안 지켜져
편의점 등서 일본 국민과도 접촉
버블 내·외부 모두 안전하지 않아

'도쿄식 버블' 운영 규정에 따르면 선수는 원칙적으로 선수촌과 경기장만 오갈 수 있다. 또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면 48시간 이내 선수촌을 떠나야 한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전 세계 미디어 관계자도 버블에 넣었다. 일본 도착 순간부터 외부 접촉을 최대한 차단했다. 입국 후 2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조직위가 정한 방법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사적 외출은 편의점에 다녀오는 게 전부다. 이마저 매회 15분간으로 제한했다. 인원은 많은데 분산해 있다 보니 한곳에 모을 수 없어 '도쿄식 버블'을 적용했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를 통째로 빌려 버블을 구축한 'NBA식 버블'과 다르다.

환승센터(MTM)로 가는 버스 안의 모습. 얼추 2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차량에 40명 정도를 태워서 보내니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 도쿄=배중현 기자

환승센터(MTM)로 가는 버스 안의 모습. 얼추 2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차량에 40명 정도를 태워서 보내니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 도쿄=배중현 기자

그런 도쿄식 버블은 이미 깨졌다. 23일 개회식부터 곳곳에서 거리두기가 무너졌다. 미디어 관계자를 메인프레스센터(MPC)로 수송하는 버스는 만원이었다. MPC 안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음식을 먹거나 '턱스크'로 돌아다니는 등 각종 제한 조치가 무색할 정도였다. 비말 차단 효과가 낮은 덴털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숙소에 돌아가 편의점을 이용할 때 일본인과 수시로 접촉한다. 좁은 공간에서 동선도 겹치고 같은 물건도 만진다. 어설픈 버블은 오히려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통제는 아예 없다. 도쿄식 버블의 경우 버블 안팎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에서 코로나19로 확진된 대회 관련자는 140명을 넘었다. 베네수엘라 대표팀에서만 확진자 12명이 쏟아졌다. 대회 주최 측의 허술한 방역과 외부인을 버블로 데리고 들어온 몇몇 선수의 일탈이 빚어낸 결과였다. 올림픽은 대회 규모가 더 크다. 코파 아메리카의 경우 선수 등 관련자가 5000여 명이었다. 도쿄 올림픽 관련자는 10만 명에 가깝다고 한다.

개막 한참 전인 지난 20일 캐나다 유력 매체 '글로브 앤드 메일'은 '감염을 막기 위한 올림픽 선수촌 등의 버블이 이미 손상됐다. 시민들에까지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막 전부터 선수촌 안팎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는 선수와 미디어 관계자를 가리지 않았다. '도쿄식 버블'에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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