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덕 포효할때 '산' 같았다…심장박동 흔들림 없던 안산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7:55

업데이트 2021.07.25 18:50

혼성 단체전에서 결승에

혼성 단체전에서 결승에

이름 '산'처럼 흔들림 없고, 묵직했다. 안산(20·광주여대)이 도쿄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신궁(神弓) 계보를 이었다.

혼성-여자 단체 2관왕 등극
개인전 金 따면 첫 양궁 3관왕

안산은 24일 열린 혼성전에서도 김제덕(17)과 함께 우승했다. 이튿날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도 강채영(25), 장민희(22)와 함께 금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안산은 "(연이은 경기에)솔직히 지쳤는데 오전에 경기가 없어 짧게 푹 잤다. 좋은 컨디션이 나왔다"고 했다.

여자 단체전 9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안산은 "전무한 기록이고 우리가 팀으로 단체전 욕망과 목표가 있었기에 이뤼냈다"고 말했다. 그는 "안산엔 가본 적이 없다. 언니 이름은 솔(소나무), 남동생 이름은 결(바람)"이라고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도 전했다.

안산은 이번이 첫 올림픽이지만 경험은 풍부하다. 2017년 유스세계선수권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8년부터는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선발전을 꾸준히 통과했다. 2018년 아시안컵 3차대회 개인전 은메달, 2019년 월드컵 4차대회 개인전 금메달, 2019년 도쿄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도 우승했던 안산은 2년 뒤 다시 정상에 올랐다. 1m72㎝ 장신에서 나오는 '파워 슈팅'이 강점이다.

양궁은 '피지컬'만큼이나 '멘털'이 중요한 스포츠다. 도쿄올림픽 선발전을 3위로 턱걸이했지만 올림픽에서 안산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가 많았다. 담대한 '심장'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결승에서 10점을 연달아 쏘는 활약을 펼쳤다. 안산은 "냉정한 선발 과정이 (한국 양궁의)가장 큰 장점이다.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했다"고 털어놨다.

혼성전 파트너였던 김제덕이 큰 목소리로 불같이 "화이팅"을 외치는 것과 달리,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하게 시위를 당겼다. 뜨거운 햇살과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표팀 심장박동수를 측정했을 때 가장 편차가 없는 선수가 안산이다. '왜 머리를 짧게 자르느냐'는 질문에 "편해서"라고 쿨하게 답변하기도 했다. 햇살이 내리쬔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선 선글라스를 끼고 경기에 나섰다.

결승전에서도 초반 위기를 잘 넘겼다. 한국은 네덜란드에 1세트를 먼저 내줬다. 2세트 첫 발에서도 안산이 8점에 그쳤다. 하지만 잘 가다듬은 안산은 9점과 10점에 연이어 적중시켜 역전승을 완성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안산(왼쪽)과 김제덕. 도쿄=장진영 기자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안산(왼쪽)과 김제덕. 도쿄=장진영 기자

경기장에선 침착했지만, 밖에선 재기발랄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셀프 시상'을 한다. 메달이 올려진 쟁반에서 선수가 직접 목에 메달을 걸어야 한다. 김제덕과 안산은 서로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사상 첫 혼성 단체전 경기 기념을 위해 과녁에 사인을 부탁하자 자신의 이름인 산이 그려진 사인을 하기도 했다.

안산은 이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개인전에서 우승한다면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이 될 수 있다. 안산은 "3관왕이 없는데... 내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개인전은 욕심없고, 운에 맡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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