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야근, 주말 출근까지…"주 120시간 만큼 무서운 '포괄임금제'"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6:36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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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에 다니는 A씨는 크런치 모드(신작 출시 등을 앞두고 업무량이 늘어나는 시기) 기간이면 밤샘 근무를 한다. 어떤 때는 20시간 이상 연속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초과 수당은 구경도 못 해봤다. 회사 측은 “계약서에 월 연장 근로 50시간, 월 야간 근로 20시간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적혀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한다.

“공짜 야근시키는 방법, '포괄임금제'”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근무’ 발언이 여권의 맹공을 받았지만, 정작 정부가 불법과 편법인 ‘포괄임금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 비공개 자료 ‘2020 포괄임금제 실태조사’를 공개하면서 포괄임금제 적용 사업체가 조사대상인 2522곳 중 749곳(29.7%)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주 120시간까지는 아니어도, 회사 마음대로 야근을 시키는 방법이 있다. 바로 포괄임금제”라면서 “사람 잡는 포괄임금제가 판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실태조사 결과도, 규제를 위한 지침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공짜 야근의 주범은 고용노동부”라고 꼬집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ㆍ야간ㆍ휴일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기본급을 미리 정하고, 그에 따라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가 발생하면 시급의 1.5배를 산정해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대한 예외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춰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님에도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악용되는 현실이다.

"文정부 약속, 하나도 안 지켜졌다"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여권 정치인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은 말실수로 넘기기엔 그 인식이 너무 위험하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우리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제는 노동자의 희생과 장시간 노동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방식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문재인 정부는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을 약속하며 ▶눈치 야근 잡는 출퇴근 시간 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 ▶초과수당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도 규제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재명, 이낙연 후보에게 묻는다. 주 120시간만 문제인가? 사람 잡는 포괄임금제는 아무 문제가 없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법과 편법인 포괄임금제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에게 근무시간 기록 및 발급(교부) 의무, 근로시간 분쟁에 대한 입증책임, 근로계약서 설명 의무 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노동현장에서 ‘공짜 야근’과 불공정한 근로계약이 사라질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소속 박성우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제도와 시간외수당제도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명백한 불법이자 범죄”라며 “그렇기 때문에 ‘제도’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적절치 않고, 당사자 간 포괄임금 ‘약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법원에서 당사자에게 불익하지 않고 문제 없으면 유효하다는 판례는 있지만, 10년 전부터 감시ㆍ단속적 근로라든지 외근이 잦아 근무시간을 특정할 수 없는 업무 같이 근로시간 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외에 포괄임금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일관적으로 판결해왔다”면서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당사자간 계약이라며 불법을 방치, 방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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