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개된 바티칸의 부동산…전세계 5000여곳 소유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5:13

베일에 싸인 로마 교황청의 부동산 재산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앞서 교황청의 부동산 구매과정에서 광범위한 비리가 적발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산 정보의 투명한 공개 의사를 천명하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산 공개 강조
런던·파리에 투자용 건물 1120곳
이탈리아 부동산은 병원 등 기관

지난해 10월 기도회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으로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조사에 따라 오는 27일 안젤로 베추(73) 추기경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다.

지난해 10월 기도회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으로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조사에 따라 오는 27일 안젤로 베추(73) 추기경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교황청 산하 사도좌자산관리처(APSA)는 교황청이 소유한 부동산 보유 현황을 담은 50페이지 이상의 문건을 공개했다. APSA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금융 개혁 과정에서 국무원(Secretariat of State)의 교회 기금 관리 권한을 이관하며 자산 관리 책임을 일원화한 부서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교황청이 소유한 부동산은 총 5171곳으로 이중 약 78%에 해당하는 4051곳의 부동산은 이탈리아에, 약 22%에 해당하는 1120곳은 해외에 보유 중이다.

처음 공개된 교황청의 부동산 재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처음 공개된 교황청의 부동산 재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중 이탈리아 내 부동산의 40%는 학교·수도원·병원 등 기관 건물로 쓰인다. 나머지 60%는 아파트·주택·상가 등이다. 교황청은 이 건물의 대부분을 교황청 직원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탈리아 내 부동산 중 14%만 시세대로 임대하고 있다.

반면, 해외 부동산은 주로 투자를 위해 구매했다. 교황청은 2013~2018년 사이에 영국 런던 등에 위치한 고급부동산에만 3억5000만 유로(약 4740억원)을 투자했다. 이 외에도 파리·제네바·로잔 등에도 투자 목적의 고급 부동산을 사들였다.

이번 교황청의 부동산 보유 현황 공개는 자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및 주변 광장의 전경. [AP=연합뉴스]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 및 주변 광장의 전경. [AP=연합뉴스]

앞서 교황청 국무원은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베드로 성금으로 2014년 런던의 부촌 사우스켄싱턴에 위치한 고급주상복합 빌딩을 사들였다가 큰 손실을 보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에 따라 2019년 7월 시작된 진상 조사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시세보다 훨씬 많은 수백억원대의 수수료가 지급되는 등 불투명한 자금 집행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한때 차기 교황 후보로까지 언급됐던 국무원 장관 출신의 안젤로 베추 추기경 등 10명이 횡령·사기·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이달 초 기소된 상태다. 교황청의 부동산 재산 공개는 오는 27일 베추 추기경에 대한 첫 재판을 앞두고 진행됐다.

다만 베추 추기경은 여전히 “부동산 투자는 정당했고, 자선기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지난해 9월 친동생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교황청 시성성 장관에서 경질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랫동안 막강한 실권을 휘둘러 온 그는 전 세계 신자들의 헌금을 유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 혐의 등으로 오는 27일 법정에 선다. [AP=연합뉴스]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지난해 9월 친동생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교황청 시성성 장관에서 경질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랫동안 막강한 실권을 휘둘러 온 그는 전 세계 신자들의 헌금을 유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 혐의 등으로 오는 27일 법정에 선다. [AP=연합뉴스]

한편, APSA는 지난해 교황청 적자가 6480만 유로(약 880억원)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교황청의 주된 수입원인 바티칸박물관 입장료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다. 지난 2019년에는 1100만 유로(약 150억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교황청이 발표한 보유 자산은 총 40억 유로(약 5조 4201억원) 규모다. 다만 바티칸은행과 바티칸박물관의 자산을 제외한 집계여서 실제 자산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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