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주유소…대포통장 50개 거친 돈이 거기로 들어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4:34

업데이트 2021.07.25 14:44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 A씨가 소유한 법인 건물. 경기남부경찰청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 A씨가 소유한 법인 건물. 경기남부경찰청

900억 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자금세탁을 위해 50여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하고 법인을 세워 주유소까지 차렸지만, 경찰 추적을 피하진 못했다.

경찰, 900억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 적발 

경기남부경찰청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이 도박사이트 종업원 1명을 구속하고 다른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베트남 등 해외 2곳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걸게 하는 스포츠 토토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한다.

A씨 등이 운영한 불법 스포츠 토토 도박 사이트. 경기남부경찰청

A씨 등이 운영한 불법 스포츠 토토 도박 사이트.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회원가입만 해도 무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대량 전송하거나 인터넷 개인방송 등에 가입 홍보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원을 모집했다. 등록된 회원은 2000여명으로, 1명당 1만원에서 수천만 원을 걸었다. 회원들이 베팅한 돈은 900억원에 달한다.

경찰 추적 피하려 대포통장, 법인 세워 자금 세탁 

A씨 등은 판돈의 10%인 90억원을 수익금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50여개의 대포 통장을 거쳐 자금세탁을 했다. 회원들이 입금한 판돈을 여러 통장으로 보내고, 현금으로 인출해 다른 통장에 입금하는 수법이다.

도박사이트 운영자 A씨는 이 돈으로 2014년부터 주유소를 운영해 왔다. 충북, 부산 등 3곳에 주유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가짜 사장을 내세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뒤 기존 3개 주유소 외에 충남의 주유소 1곳을 추가 인수해 모두 4개의 주유소를 관리해왔다. 또 캠핑장을 운영하겠다며 지난해 충북에 73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돼 이 캠핑장은 실제 운영되진 않았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들이 소유하고 있던 한 주유소. 경기남부경찰청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들이 소유하고 있던 한 주유소. 경기남부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도박 사이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대포통장을 통한 돈이 이 법인이 운영하는 주유소로 흘러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법인의 실소유주가 A씨인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자금세탁을 위해 법인을 세우고 주유소 등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도박 사이트 회원도 수사할 것”

경찰은 A씨 등이 운영한 도박사이트 회원 중에도 판돈을 많이 걸거나, 자주 도박을 한 이들도 도박죄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회원들 중에는 호기심으로 몇만 원 정도 베팅했다가 그만둔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 회원들은 수백만 원을 걸었다가 모두 잃었다고 한다.

경찰은 해당 도박사이트를 폐쇄했다. 또 이들 소유의 부동산과 고급 외제차, 임대차 보증금 등 은닉 재산 90억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비대면 상황이 이어지면서 도박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도박사이트를 상시 감시하고, 엄중한 수사로 운영자의 처벌과 사이트 차단은 물론 범죄수익 환수까지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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