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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 성 김 방한때 독설 퍼부은 김여정, 셔먼엔 조용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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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사관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침묵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성 김 특별대표 향해 "꿈보다 해몽" 담화 뒤 침묵 #정부 당국 "김여정 정상적인 정치 활동 이어가고 있어" #내부 발등의 불 때문? 2인자 심기 건드리지 않으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지난 1월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때 노동당의 핵심이자, 정책결정 기구인 정치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그가 여전히 북한의 대남ㆍ대미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들어 5차례 담화를 내고 “봄날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3월 15일)이라거나, 청와대를 향해 “미국산 앵무새”(3월 30일)이라고 비난을 이어간 게 근거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그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방한(지난달 19~23일) 중이던 지난달 22일 미국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지난달 17일)을 한ㆍ미 당국에서 북한의 대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이어지자 ‘선긋기’에 나섰다. 미국의 대북 협상 책임자의 방한을 앞두고 김 위원장 남매가 5일 간격으로 등판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송한 셈이다.

그런데 성 김 특별대표의 직속상관으로, 미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한 22일부터 그가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간 25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김 부부장은 지난 8일 김일성 주석의 27주기를 맞아 김 위원장과 북한의 고위 당ㆍ정ㆍ군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 동행했다”며 “현재도 북한 내부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미국에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북한과 미국이 물밑에서 협상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있거나, 또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웬디 셔먼 부장관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는 대북정책을 채택했다”며 “북한도 이를 걷어차기 어려운만큼 무턱대고 저속하게 비난하기보다는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ㆍ미ㆍ일의 대북 공조를 경계하고 있는 북한이 셔먼 부장관의 동북아 순방과 관련해 언제라도 반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과 고온으로 인한 가뭄 등으로 내부적으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수해를 입은 중국 주민들을 위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4일 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큰물(홍수) 피해의 후과를 하루빨리 가시고 수재민들을 안착시키기 위한 습근평 총서기 동지와 중국공산당과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의 방중 하루 전날 북한 매체들이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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