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 이어 '백제' 발언으로 李ㆍ李 전면전…"지역주의" vs "떡주고 뺨맞아"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3:19

업데이트 2021.07.25 18:31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 투표 논란으로 충돌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맞붙었다. 이번엔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놓고, 이 전 대표 측이 ‘지역주의 조장’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이 지사는 25일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흑색·왜곡에 기반을 둔 네거티브는 당차원의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밤엔 이 전 대표를 향해 “‘이재명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중시켜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낙연 캠프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공격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조장하지 말자면서 되려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낙연 캠프 “이재명 호남불가론 주장” 총공세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과거 자신이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 덕담을 나눈 일화를 공개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경기도에 오셨을 때 제가 진심으로 ‘꼭 잘 준비하셔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렇게 말했던 이유에 대해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이고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 분이 이기는 게 낫다’고 실제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다. (DJP연합으로) 충청하고 손을 잡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이낙연 캠프(배재정 대변인)는 전날(24일) 논평을 내고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낙연 후보의 약점이 호남이라는 호남불가론을 내세우는 거냐. 결국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는 안 된다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캠프 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도 이날 브리핑에서 “선의(善意)로 말했다는데, 결국 이낙연은 안 되지만 이재명은 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솔직히 사과하고 논쟁을 끝내길 권유 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본인도 전날 페이스북에 “한반도 5000년 역사를 거론하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며 “진정으로 확장을 원한다면 낡은 지역대립구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야 한다”고 적었다.

호남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백제라니 지금이 삼국시대냐. 용납 못 할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이라며 이 전 대표를 거들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향해 “사실상 일베와 같다. 경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라”라고도 요구했다.

이재명 캠프 “허위사실·왜곡. 떡 주고 뺨 맞은 격”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광주를 찾아 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광주를 찾아 민주당 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 측은 경쟁 후보들이 제기하는 ‘지역주의 조장’ 의혹 자체가 “허위·왜곡”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지사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인터뷰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며 “저는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후보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이재명이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발언을 했다'고 공격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날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에게는 선의를 베풀어도 욕만 먹게 되나”(정성호 의원), “칭찬하자 돌아온 게 허위사실 공격과 왜곡, 떡 주고 뺨 맞는 격”(김남준 대변인)이란 격한 반응을 쏟아냈던 이재명 캠프는 이날 이 전 대표의 사과와 배 대변인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우원식 선대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훼손하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이낙연 캠프가 꺼내 들어 지지율 반전을 노리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호남 지역민들도 기사·녹취록으로 누가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당선을 기원한 걸 ‘호남 불가론’으로 둔갑시켰다. 이건 ‘군필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다. 이번엔 캠프 대변인과 후보가 직접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훨씬 문제”라며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비판했다.

나머지 후보들 “경선 어디로 끌고 가나” 자중 촉구

양측이 논란이 감정 싸움 양상마저 보이자, 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박용진 의원은 “네거티브 논쟁 등 삼국시대 수준의 논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는 민주당 경선이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 북 콘서트에서 최근 두 후보 간 네거티브에 대해 “서로들 총을 겨누고 팀킬같이 하는 것이 안타깝다.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십시오. 아드님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남을 둘러싼 지역감정 논란에 대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이 지사 발언은 호남이 중심이 되어 통합을 이루면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였고, 호남불가론을 얘기한 게 아님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과 금도를 넘는 정치는 고인이 되신 어르신(DJ)께서 결코 바라는 일은 아닐 거다. 침몰하는 난파선이 되지 않기 위해 모두 자중할 때”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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