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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펄펄 나는데 ‘탱크주의’ 대우전자가 아쉬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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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우전자가 선보인 '탱크주의' 신문 광고. 배순훈 대우전 사장(오른쪽 광고 속 남성)이 등장해 충실한 기본 성능과 탄탄한 제품력을 강조했다. [인터넷 캡처]

1993년 대우전자가 선보인 '탱크주의' 신문 광고. 배순훈 대우전 사장(오른쪽 광고 속 남성)이 등장해 충실한 기본 성능과 탄탄한 제품력을 강조했다. [인터넷 캡처]

덥다. 습도도 높아서 체감 온도와 불쾌지수는 더 올라간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재택근무가 부쩍 늘었다. 방마다 에어컨 없으면 이 찜통더위를 어떻게 버틸까.

[뉴스원샷] 이상재 산업2팀장의 픽
키워드: 무더위 속 주목받는 틈새가전
LG·삼성 제품력 우수하지만 가격 부담
‘틈새가전’서 토종 중견업체 부상 중
경쟁 더 치열해져야 소비자에게 이익

그래서, 실외기가 따로 없는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확 늘었다. 중견 가전업체인 파세코가 스타가 됐다. 이 회사가 올해 선보인 창문형 에어컨은 최근 사흘 새 1만2000대가 팔렸다고 해서 ‘22초 가전’(22초마다 한 대꼴로 팔렸다는 의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무더위에 땀 뻘뻘 흘리면서 제힘으로 설치해야 하는데도 상당히 인기가 높다. 소비자 가격은 70만원대다. 삼성전자도 ‘윗도우핏’을 내놨는데 80만원이 넘는다.

가전업체들은 펄펄 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생활가전 부문에서 6조8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월풀 53억2400만 달러(약 5조9700억원)보다 8000억원 이상 앞섰다. 하반기 폭풍 매출이 일어나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이 정도면 LG전자가 세계 1위 가전업체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로 인기몰이 중이다. 냉장고부터 공기청소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신발관리기까지 벌써 20종이 나와 있다. 기록적 무더위 속에서 지난 1~22일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부 제품은 600만원이 넘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그런데, 이럴 때 생각나는 회사가 있다. 대우전자다.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가 아쉬워서다.

요즘이야 ‘자동차가 전자제품 된다’고 하지만 1990년대는 전자제품이 막 복잡다단해지기 시작한 시대다. LG전자(당시 금성사)는 ‘기술의 상징’을 내세웠고, 삼성전자는 ‘첨단기술의 상징’으로 맞대응했다. 그러면 LG는 ‘최첨단기술의 상징’으로 또 치고 나갔다.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제품 이미지. [사진 파세코 홈페이지 캡처]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제품 이미지. [사진 파세코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첨단을 자랑하던 시기에 대우전자는 ‘탱크주의’를 마케팅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1993년이다. 필수 기능에 충실하면서,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당시 배순훈 사장이 TV 광고에 등장해 “2000년까지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만들겠다” “불량이 확인되면 교환·환불해 준다”고 약속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통화 품질 갖추면서 요금은 확 줄인 ‘알뜰폰’ 같은 상품이다. 속내는 첨단 기능이나 품질, 디자인 등에서 삼성·LG에 밀리는 대우의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때마침 출시한 공기방울 세탁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대우전자는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마케팅에다 경쟁사보다 10~15%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더해 LG·삼성과 더불어 ‘가전 3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1999년 대우가 좌초하면서 시련이 닥쳤다. 주인도 두어 차례 바뀌었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2002년)→동부대우전자(2013년)→대우전자(2018년)→위니아대우(2019년)→위니아전자(2020년)로 이름만 다섯 번 바뀌었다. 지난해 매출은 5347억원인데, 영업적자가 204억원이다. 새 주인인 대유그룹은 지난해부터 ‘대우’ 브랜드를 쓰지 않는다. 국내 사업은 주로 위니아딤채가 맡고 있다.

이제 국내 가전 시장은 삼성·LG가 양분하는 구도다. 프리미엄 시장에는 유럽·미국계 브랜드가 진출해 있다. 중가 시장에선 토종 중견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 눈에 띈다. 파세코는 올해 50만 대로 예상되는 창문형 에어컨 시장을 개척했다. 1974년 석유난로에 들어가는 심지 만들던 회사로 출발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기본 충실한 탱크주의 제품 늘어야”  

다만 이들에겐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시장에선 여전히 쿠쿠 밥솥, 딤채 김치냉장고, 위닉스 제습기 같이 대표 제품으로 불린다. 더욱이 집안의 가전제품은 인공지능과 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을 만나 서로 연동돼야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다. 특정 제품에서 시장 지배력을 가졌다고 해도 반짝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중가 시장은 더 탄탄해져야 한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탱크주의 제품’이 늘어나야 한다. 이장희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견 가전업체는 전략적 제휴나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해 신시장·신기술 트렌드에 대처해야 한다”며 “이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중가 시장을 받쳐주면 소비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그만큼 이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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