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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몸에 좋은 것만 먹는 나, 혹시 건강중독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세인의 밀레니얼 웰니스(12)  

유기농 재료와 건강식을 챙겨 먹는데, 몸에 나쁠 수 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웃어넘겼다. 몸을 챙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존경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폭식증을 오래 겪고 극복을 한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듯이 건강식 중독은 또 다른 식이장애일 수 있다. [사진 pxhere]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듯이 건강식 중독은 또 다른 식이장애일 수 있다. [사진 pxhere]

하지만 언제나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듯 건강식 중독은 폭식증과 같고 또 다른 식이장애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건강식에 중독되지 않았나? 조금이라도 몸에 해로운 것을 먹으면 죄책감과 불안에 떨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오소렉시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오소렉시아는 1997년 스티븐 브래트만이 도입한 개념으로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음식의 질에 대한 강박 증세다. 우리가 흔히 몸에 좋지 않다고 하는 가공식품, 정제설탕, GMO, 설탕 등을 강박적으로 피하고 건강식품과 유기농, 기능성 식품만 먹는 것이다. 이러한 편식으로 인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떨어져 장 건강을 악화할 수 있으며, 영양실조와 호르몬 불균형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점차 음식에 대한 공포를 통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을 시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고, 심한 경우 집착으로 인해 건강식을 먹지 않는 자리를 피하며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오소렉시아가 증가하고 있을까? 디지털 세대의 식이장애로도 불리는 오소렉시아는, 소셜미디어와 ‘클린 이팅’ 라이프스타일의 만남으로 더욱 증가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클린 이팅, 즉 신선한 재료와 최대한 인공첨가물이 안 들어간 요리를 먹는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하나의 자랑이 된 시대. 셀럽의 식단이나 인플루언서의 ‘잘 먹고 잘 사는’ 콘텐트를 우리는 매일 소비하고 있다. 클린하게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자리 잡으며 이렇게 먹지 않으면 틀린 것이라는 메시지를 매일 보다시피 하는 것이다. 나를 치유해주고 건강하게 해줄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지 않았을 때 다가올 몸에 변화를 향한 두려움이 커진다. 이는 건강식의 집착하는 것은 병이 아닌 하나의 자랑거리라는 아이디어를 심어주고 식이장애를 정당화한다. 결국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그 안에서 ‘틀린 것’은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오소렉시아를 키우는 요소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극단적으로 변하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적당히, 적당히를 지키는 것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아래는 오소렉시아를 처음 소개한 브래트만의 브래트만 테스트이다. 이 중 4, 5개 이상 ‘예’로 답할 경우 오소렉시아일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음식을 먹기 위해 하루 3시간 이상을 투자하는가
·계획한 대로 먹어야 스스로 잘 통제했다 생각하는가
·다음날 먹을 음식을 전날 미리 계획하는가
·식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지 않은가
·자신에게 점점 엄격해지는 기분인가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자신감이 높아지는가
·자신의 식사 방식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경멸하는가
·건강하게 먹기 위해 과거 즐기던 음식을 먹지 않는가
·식사습관을 고수하기 위해 외식을 꺼리고, 가족·친구들에게 거리감을 두지 않는가
·식습관을 어기면 죄의식과 자기혐오를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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