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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예뻐 투자했다 강제 장투" …'반토막 코인'에 갇힌 2030

중앙일보

입력

23일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5개 코인을 분석한 결과 지난 3개월간 모두 50% 이상 하락했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4월 8200만원을 가까이 올랐으나 이날 오후 3시 업비트에서 3824만원에 거래되며 약 53%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의 시세판 모습. 뉴스1

23일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5개 코인을 분석한 결과 지난 3개월간 모두 50% 이상 하락했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4월 8200만원을 가까이 올랐으나 이날 오후 3시 업비트에서 3824만원에 거래되며 약 53%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의 시세판 모습. 뉴스1

회사원 윤 모(28) 씨는 비트코인 투자로 4개월 만에 1600만원을 잃었다. 연봉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윤씨는 암호화폐 시장이 급등하던 지난 3월 “돈을 복사하듯 번다"는 지인들의 말에 월급 300만 원을 털어 투자를 시작했다. 300만원은 단 며칠 만에 500만 원으로 불어났다.

기쁨도 잠시, '종잣돈을 더 넣었다면 수익도 훨씬 컸을 것'이란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1500만원을 빼 코인을 더 사들였다. 하지만 투자금이 2000만원을 넘긴 뒤 비극이 시작됐다. 한때 8000만원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몇달 새 50% 넘게 폭락했다. 정신 차려보니 계좌에 남은 돈은 불과 400만 원뿐이었다. 윤씨는 “결혼 자금을 모으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했는데, 잃은 돈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면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저점 매수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본지가 암호화폐 시가총액 상위 5개 코인을 분석한 결과 지난 3개월간 하락 폭이 모두 50%를 넘겼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4월 8200만원에 육박하다 이날 오후 3시 업비트에서 3824만원에 거래되며 약 53%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540만 원대에서 이날 241만원으로 55%, 리플은 2490원에서 709원으로 71%, 에이다는 3070원에서 1400원으로 54%, 도지코인은 889원에서 229원으로 74% 각각 급락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2일 오전 8시 기준 전날 3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3만2천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2일 오전 8시 기준 전날 3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3만2천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사이 2030 투자자도 코인 시장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명 ‘잡코인’이라 불리는 알트코인에 투자한 회사원 박모(31)씨의 수익률은 -50%다. 지난 3월 첫 투자를 시작한 그는 ‘리퍼리움’이라는 코인에 200만원을 넣어 하루 만에 20% 수익을 거뒀다. 박씨는 “이름이 예뻐서 투자했는데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쭉쭉 올랐다”며 “이때 코인 투자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해 조금씩 투자금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회사에서도 틈틈이 단기매매, 스윙매매(2~3일 보유 후 매매) 등을 계속했지만, 투자금 1200만원은 현재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손해를 복구하려 코인 선물 투자까지 해봤으나 강제 청산으로 200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박씨는 “의지할 곳이 코인 투자를 하는 개인 방송밖에 없다”며 “알트코인은 방송에 따라 변동성이 커 시간이 날 때면 라디오처럼 코인 유튜브 방송을 켜둔다”고 말했다.

‘비자발적 장투(장기투자)’를 선언한 2030도 있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지난 4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에 8000만원을 투자한 후 3200만원을 잃었다. 이씨는 “암호화폐 시장에 4년 주기설이 있는데 다음 상승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의 암호화폐 투자 내역. 8000만원을 투자해 -40% 수익을 기록했다. 독자 제공

회사원 이모씨의 암호화폐 투자 내역. 8000만원을 투자해 -40% 수익을 기록했다. 독자 제공

하지만 9월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 등 규제 강화를 앞두고 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고, 이 경우 특히 '잡코인'에 투자한 2030의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넥스트머니』저자인 이용재 작가는 “20·30세대가 흔히 ‘변동성을 즐긴다’고 말하는데 큰 변동성을 견디며 결과가 좋은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투자한 뒤 가격이 오르기만 바라는 이른바 '기도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알트코인에 빠지는 이유는 결국 100배, 200배 가격 상승을 노려서인데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며 “빚내지 않고, 분산하고, 중장기로 투자한다는 기본 원칙은 암호화폐에서도 마찬가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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