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쇼크'에 젠틀맨 행보···정세균 캠프선 아우성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09:00

업데이트 2021.07.25 17:15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준비된 경제대통령 정세균 후보 지지 노동자 일만인 선언'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준비된 경제대통령 정세균 후보 지지 노동자 일만인 선언'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용도 모르면서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일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 의혹’ 등으로 난타전을 벌인 22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한 말이다. 정 전 총리는 “당시 나는 탄핵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켰다”면서도 “이낙연 후보는 (나와) 다른 정당이었기 때문에 그 정당 내부 사정을 자세히 모른다”고만 말했다. 23일에도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따질 것은 따져야죠.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네거티브로 연결된다든지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한다든지 그런 것은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의 한 측근 인사는 “정 전 총리가 ‘젠틀맨’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24년간(6선)의 국회의원 생활 중 ‘백봉신사상’(1년간 가장 신사적 의정활동을 한 의원에 주는 상) 최다 수상(15회) 기록을 세워 ‘젠틀맨’이란 별명이 붙은 정 전 총리는 지난달 17일 출마선언 전후로 변신을 시도했다. “무소불위의 검찰과 수구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국민 기만극을 되풀이하고 있다”(5월 17일), “일본이 좀 고약하고 치사하지 않냐”(5월 29일) 등 언론·검찰·일본 관련 강경 메시지를 내 ‘강세균’(강한 정세균)이란 새 별명을 얻기도 했다. 출마선언은 청년들과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했고 같은 달 청년 지지모임 행사엔 선글라스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국회의장과 총리를 지낸 무게감을 덜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튀는 말과 행동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주 정 전 총리는 충남·충북·대전·광주·전북을 고루 다니며 간담회와 지역 언론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공개 일정 외엔 지역조직 점검에 시간을 썼다. 양강을 향한 쓴소리 중엔 지난 22일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한 이 지사를 향해 페이스북에 쓴 “시급하지도 않은 가짜 푼돈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가 가당키나 한가”라는 말이 가장 강한 톤이었다.

‘틱톡 챌린지’와 ‘바지 쇼크’ 

정 전 총리의 ‘젠틀맨’ 회귀에 캠프 내부는 “후보가 뜰만한 말과 행동을 너무 자제한다”(수도권 중진 의원)고 아우성이다. 이광재 의원과의 단일화, 양승조 충남지사의 지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지지율 때문이다. 5월 중순 진보 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4%를 기록해(NBS, 5월 10~12일 실시) 3위였지만, 22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선 2%로 하락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3%)에도 뒤지는 6위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때 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던 다른 조사들에서도 최근 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는 튀는 홍보 방식이나 파격적인 정책을 제안받을 때마다 ‘정세균스럽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 일이 다반사”(전북 재선의원)라고 한다.

캠프 내부에선 정 전 총리의 심경 변화 원인으로 ‘틱톡 챌린지’와 ‘바지 쇼크’가 거론된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16일 동영상 SNS ‘틱톡’에 올린 독도 홍보 영상에서 가죽 재킷, 카우보이·마술사 의상 등을 입고 등장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려는 시도였지만 외국 영상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자 틱톡 채널 운영을 사실상 접었다.

지난달 1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에 계정을 만들고 첫 영상을 올렸다. [틱톡 캡처]

지난달 1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에 계정을 만들고 첫 영상을 올렸다. [틱톡 캡처]

정 전 총리 캠프의 한 의원은 “캠프에선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본인은 어색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젊은 참모들의 제안을 흔쾌히 따른 시도였지만 막상 해보니 ‘맞지 않는 옷’이라 느낀 거 같다”며 “‘보여주기식은 지양하자’는 뜻을 참모진에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을 해명해 달라”고 했다가 이 지사가 “제가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라고 맞서자 정 전 총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놀라서 혼비백산했다”고 말했다. 캠프 소속 한 재선 의원은 “정 전 총리 본인은 스캔들 내용도 잘 몰랐지만 참모진이 준비한 대로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을 해명하란 취지였다”며 “이 지사 답변을 그 자리에서 받아치지 못한 것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정세균, 이광재가 함께하는 미래 경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미래경제 정책공약을 전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정세균, 이광재가 함께하는 미래 경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미래경제 정책공약을 전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 전 총리가 앞으로도 네거티브와는 거리를 둘 생각이란 게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캠프 내에선 이 지사를 흔든 ‘유효타’란 평가도 많았지만, 정 전 총리는 ‘다른 건 남지 않고, 바지 논쟁으로 흘러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며 “향후 검증도 후보들 간 공방전이 아닌 당 차원의 기구를 통해 하자는 게 정 전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캠프 대변인인 조승래 의원은 22일 “각종 의혹이 후보 간 비방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당 주도의 질서 있고 투명한 사실확인·검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의 다른 핵심 참모는 “언젠가 유권자들도 어떤 후보가 가장 흠결 없고 수권 능력과 비전이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며 “조직을 다지면서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차분히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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