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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운명적 눈맞춤…'멸종상어 지킴이' 명품시계 회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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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 블랑팡 CEO는 전문 잠수부로서 해양 보존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블랑팡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 블랑팡 CEO는 전문 잠수부로서 해양 보존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블랑팡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블랑팡’의 최고경영자(CEO)는 전문 다이버다.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50)가 그 주인공. 그는 2014년 다이버 자격증 시험을 치르는 도중 깊은 바닷속에서 큰귀상어를 맞닥뜨렸다.

멸종 상어 지키는 다이버 회장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이 신비한 생물과 짧은 눈빛을 교환했다고 느꼈고, 이후 해양 생물에 매료되고 말았다. 자신이 만난 큰귀상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이에크는 망설임 없이 상어 생태를 연구하는 ‘타마타로아 프로젝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블랑팡은 해양 탐사와 특별한 인연을 지닌 브랜드다. 지난 1953년 세계 최초로 현대적 다이버 시계인 ‘피프티 패덤즈’를 개발해 잠수부들이 바닷속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재며 안전한 탐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피프티 패덤즈는 1970년대 말까지 프랑스·체코·독일·미국 군대에서 사용될 정도로 우수한 해양 기술력을 자랑했다.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오른쪽)이 블랑팡 시계를 착용하고 해양 탐사에 나섰다. 사진 블랑팡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오른쪽)이 블랑팡 시계를 착용하고 해양 탐사에 나섰다. 사진 블랑팡

바다와 블랑팡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타마타로아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상어의 생태를 연구 중이다. 탐사 도중 촬영한 ‘어둠 속 700마리 상어’ 다큐멘터리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70여개 상을 받은 것뿐 아니라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두 번의 원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명품 시계 브랜드가 해양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는 이유에 대해 하이에크 CEO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피프티 패덤즈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만큼이나 해양 탐사 및 보호는 블랑팡의 중요한 미션”이라며 “해양 생태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취약한지에 대해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는 스와치그룹의 1대 회장이었던 마크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의 손자다. 사진 블랑팡

마크 알렉산더 하이에크는 스와치그룹의 1대 회장이었던 마크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의 손자다. 사진 블랑팡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어린 시절 봄·여름을 지중해 연안에서 보냈다. 당시 프랑스 탐험가 자크 쿠스토의 열렬한 팬이었고, 프리다이빙(무호흡 수중 활동)과 스노클링을 즐겼다. 12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쿠버 다이빙에도 관심이 생겼다. 배를 타거나 해변에 있는 것도 좋지만, 나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바닷속 세상이었다. 이후로도 바다는 항상 내 곁에 존재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도 20년 이상 휴가의 90%를 스쿠버 다이빙으로 보냈고, 2014년 공인 테크니컬 다이버(40m 이상 수심 탐험) 자격증을 땄다.”
피프티 패덤즈 시계가 왜 특별한가. 
“블랑팡과 바다가 인연을 맺은 결정적인 계기가 1953년 피프티 패덤즈의 출시였다. 최초의 피프티 패덤즈는 오롯이 잠수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된 다이빙 장비였다.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 정확한 시간 측정 장비는 필수다. 블랑팡 덕분에 수많은 해양학자, 해양 과학자, 사진가 등이 해양을 탐험하고 배우고 감상해왔다. 결국 이런 경험들이 해양 보호를 위한 토대가 됐다.”
블랑팡이 새롭게 선보이는 '피프티 패덤즈 데이트 & 세컨즈'는 심해를 연상시키는 블랑팡만의 독특한 딥블루 컬러의 다이얼이 인상적이다. 사진 블랑팡

블랑팡이 새롭게 선보이는 '피프티 패덤즈 데이트 & 세컨즈'는 심해를 연상시키는 블랑팡만의 독특한 딥블루 컬러의 다이얼이 인상적이다. 사진 블랑팡

가장 기억에 남는 해양 보존 프로젝트는.
“잠수함이나 로봇 같은 산업적 프로젝트보다 다이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1950년대 초반부터 피프티 패덤즈는 해양 활동의 촉매제였다. 본격적으로 현대적인 해양 보호를 실천하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다. 당시 새로운 피프티 패덤즈 모델을 선보이면서 다이버의 안전을 위해 바다 생태계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비영리기관 ‘프로젝트 어웨어’, 자선단체 ‘샤크 트러스트’와 공동으로 ‘고래상어 프로젝트’에 나섰고, 전 세계 다이버가 고래상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양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했다.”
블랑팡은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받는 바다 거북이를 내세우는 대신 해양의 아름다운 모습을 강조한다. 이유가 있나.
“사람들은 “하면 안 되는 일” 보다 “보호해야 할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친숙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이유에서 ‘아름다움’은 ‘블랑팡 오션 커미트먼트(Blancpain Ocean Commitment, BOC)’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세 가지 축(아름다움·인지·보호) 중 하나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감동적인 해양 사진은 핵심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한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타마타로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상어의 이동 경로를 보호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 블랑팡

'타마타로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상어의 이동 경로를 보호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 블랑팡

새로운 프로젝트는 어떻게 결정하나.
“BOC의 세 가지 축에 따라 의미 있는 사업을 지원한다. 우선 대중의 흥미를 유발해 수중 생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자 한다. 아울러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블랑팡이 후원한 ‘곰베싸 원정’은 수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중 생태계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였다.”  
해양 보존 활동이 브랜드 매출에 도움이 되나.
“해양 보존 캠페인과 매출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BOC 프로젝트는 진정성 있는 사회 기여를 위해서 시작됐다.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뿐 아니라 그 제품과 브랜드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블랑팡의 정직하고 순수한 의도를 높이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단순히 프로젝트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바다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고객은 제품 구매를 통해 이러한 노력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요즘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다.”
블랑팡이 후원한 타마타로아 프로젝트. 타마타로아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큰귀상어의 현지 이름이다. 사진 블랑팡

블랑팡이 후원한 타마타로아 프로젝트. 타마타로아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큰귀상어의 현지 이름이다. 사진 블랑팡

앞으로 BOC 캠페인의 방향과 계획은.
“곰베싸 탐험을 막 끝낸 탐험가 로랑 발레스타와 같은 주요 파트너를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몇주 뒤면 비영리기관 오세아나의 멕시코 ‘스콜피온 리프 원정’이 시작된다. 최근 해양 사진 전시 플랫폼인 ‘오션 포토그래피 어워드(OPA)’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오는 9월엔 여성 탐험가를 위한 ‘여성 피프티 패덤즈 어워드’가 공개된다. 내가 블랑팡에 있는 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노력을 영광스럽게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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