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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요?" 비극의 '코로나 고아' 150만명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05:00

업데이트 2021.07.25 05:28

미국 뉴저지주에서 사는 남매 자비온 구즈만(5세), 재즈민(3)이 최근 부둥켜안고 있다. 남매를 입양한 부모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나면서 남매는 양부모의 29세 딸이 키우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에서 사는 남매 자비온 구즈만(5세), 재즈민(3)이 최근 부둥켜안고 있다. 남매를 입양한 부모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나면서 남매는 양부모의 29세 딸이 키우고 있다.[AP=연합뉴스]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인도의 5세 쌍둥이 자매 루히와 마히는 몇달째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불안감에 늦게 잠들고 울며 깨어나는 날도 많다. 친척들은 비밀로 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자매의 부모는 사흘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어린 두 딸을 걱정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부모 잃은 아이만 104만명
CDC 등 국제 연구진 랜싯에 논문 발표
연구진 "2명 사망시 아이 1명 고아"
韓, 코로나로 부모 잃은 아이 '33명'
"아이에 영구적 타격, 대책 마련 시급"

미국의 5세 남아 레이든 곤잘레스도 코로나19로 부모를 모두 잃었다. 아빠는 지난해 6월 감염 20여일 만에, 엄마는 같은해 10월 양성 판정 몇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친척에게 이 사실을 들은 레이든은 사람들에게 "코로나가 아빠, 엄마를 데려갔다"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이 전한 안타까운 사연이다. 지난 1년 8개월간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약 415만 명(23일 기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도 상당수였다. 

미국의 5세 남아 레이든 곤잘레스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레이든의 부모. 레이든은 홀로 남겨져 친척이 돌보고 있다.[트위터 캡처]

미국의 5세 남아 레이든 곤잘레스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레이든의 부모. 레이든은 홀로 남겨져 친척이 돌보고 있다.[트위터 캡처]

코로나19로 부모 등 양육자를 잃은 18세 미만의 '코로나 고아'가 전 세계적으로 최소 약 156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으로 이뤄진 국제 연구진이 지난해 3월부터 올 4월까지 전 세계 사망자의 77%를 차지하는 21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 인구 통계 등을 근거로 추산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어머니나 아버지, 혹은 부모 모두를 잃은 아이는 약 104만명으로 추산된다. 부모 역할을 해주던 조부모를 포함하면 이 숫자는 113만명으로 늘어난다. 돌봐주던 친척 등을 잃은 경우까지 하면 156만 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망자 과소 집계 등의 한계로 실제는 더 많을 수 있다고 한다.  

연구가 진행된 올 4월 초 누적 사망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연구에 참여한 미 CDC의 수잔 힐리스 박사는 "코로나19 사망자가 2명 발생할 때마다 아이 1명이 고아가 되는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루시 클러버 교수는 "12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양육자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 1000명당 1명 이상 '코로나 고아'가 발생한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이 1000명당 1명 이상 '코로나 고아'가 발생한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구진은 이런 상황을 '히든 팬데믹(Hidden Pandemic)'이라고 칭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숨겨진 세계적 비상 사태란 의미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세스 플랙스먼 박사는 "통제불능의 코로나19는 남겨진 아이들의 인생을 갑작스럽고도 영구적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아버지를 잃은 아이가 어머니를 잃은 아이보다 5배가량 많다. 또 조부모의 사망은 부모의 사망만큼이나 아이에게 심리적·경제적 타격을 입힌다. 예를 들어 영국에선 조부모의 40%가 손자를 정기적으로 돌본다.

아이 1000명당 1명 이상의 '코로나 고아'가 발생한 나라는 페루(10.2명), 남아프리카공화국(5.1명), 멕시코(3.5명), 브라질(2.4명), 콜롬비아(2.3명), 이란(1.7명), 미국(1.5명) 등이다. 인구 대비 사망자 수가 최다인 페루에선 9만8975명, 사망자 수 1·2위인 미국과 브라질에선 각각 11만3708명, 13만363명의 아이가 양육자를 잃었다는 추산이 나왔다.

칠레 산티아고에 사는 6세 여아 케히티 콜란테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난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콜란테스는 아빠에게 '엄마는 왜 하늘나라에 갔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칠레 산티아고에 사는 6세 여아 케히티 콜란테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난 엄마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콜란테스는 아빠에게 '엄마는 왜 하늘나라에 갔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AP=연합뉴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제공하는 실시간 세계 '코로나 고아'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에선 지금까지 33명의 아이가 어머니나 아버지, 혹은 부모 모두를 잃었다. 이 수치는 조손가정의 조부모를 합치면 37명, 부모 역할을 해주던 친척 등을 포함하면 83명으로 늘어난다.

연구진은 앞으로 코로나19로 양육자를 잃는 아이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코로나19 백신의 느린 접종 속도와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거센 확산 때문이다. 델타 변이는 지금까지 124개국에 전파됐고, 전 세계 평균 백신 2차 접종률은 13.4%(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에 그친다.

연구진은 "양육자를 잃은 아이들은 정신적·신체적 건강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경험할 위험이 훨씬 더 높다"고 우려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아동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클러버 교수는 "양육자가 사망한 뒤 아이를 돌봐주는 남은 가족과 위탁 가정을 정신적·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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