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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블랙 위도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블랙 위도우 캐릭터의 첫 솔로 무비인 ‘블랙 위도우’는 여러가지로 의미 있다. 2년 만에 개봉한 마블 무비이며, ‘아이언맨 2’(2010)부터 블랙 위도우로 살았던 스칼렛 요한슨이 마지막으로 히어로 수트를 입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가족이 등장한다. 물론 임무를 위해 조직된, 혈연과 무관한 일종의 스파이 집단이지만 이 영화의 중심축은 어쨌든 가족이다. 특히 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와 나타샤(요한슨)의 관계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은퇴하는 언니 대신 블랙 위도우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은 옐레나이기 때문이다.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

여기에 자매가 만들어낸 조크 신이 있다. 옐레나가 블랙 위도우의 이른바 슈퍼히어로 랜딩, 즉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멋있게 등장하는 포즈를 지적하는 장면이다.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고 한쪽 다리를 쭉 뻗은 채 한 팔을 땅에 짚는 이 자세는 블랙 위도우의 트레이드마크이며, 숙인 고개를 정면으로 드는 동작으로 비장하게 마무리된다. 옐레나는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느냐며, 겉멋 아니냐며 비아냥댄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옐레나 자신도 후반부 액션 신에서 블랙 위도우와 같은 포즈의 랜딩을 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 신은 나타샤의 뒤를 이을 옐레나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블랙 위도우의 등장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한편 슈퍼히어로 랜딩에 대한 장면은 플로렌스 퓨의 조크를 토대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