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살아있다"…펜싱 동메달 김정환, 마지막 약속 지켰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4 20:59

업데이트 2021.07.24 21:02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김정환이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펜싱 사브르 국가대표 김정환이 24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와의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다짐대로 노장은 살아있었다.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 남자 펜싱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김정환은 24일 도쿄 마쿠하리 멧세홀B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를 15-11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 마지막 올림픽으로 평가받던 도쿄에서도 역할을 다했다.

김정환은 이날 남자 사브르에 출전한 대표 선수 중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대표팀은 종목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이 8강에서 탈락하며 충격에 빠졌다. 메달이 기대됐던 구본길마저 16강 문턱을 넘지 못해 초상집 분위기였다. '노메달 수모' 직전 대표팀을 구한 건 김정환이었다. 김정환은 준결승전에서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에 12-15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떨어졌지만 바자제를 시종일관 압도하며 낙승을 거뒀다. 11-11에서 내리 4득점하며 경기를 끝냈다.

김정환은 펜싱 남자 선수들이 존경하는 선배다. 오상욱은 선수 생활 가장 큰 도움이 된 멘토로 김정환을 꼽았다. 그러면서 "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뼈있는 얘길 했다.

사실상 도쿄올림픽이 선수 생활 마지막 올림픽인 김정환은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단체전에 최적화된 선수라는 평가도 있지만 개인전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리우올림픽 동메달로 올림픽마다 메달 소식을 전한 그는 대회 전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에 "노장은 살아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비록 결승 무대를 밟진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배들의 부진을 딛고 선배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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