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여름휴가 성수기 사라지고 트래블버블도 무산 위기, '한계 봉착'

중앙일보

입력 2021.07.24 15:30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항공편 축소로 비행기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다. [중앙포토]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항공편 축소로 비행기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다. [중앙포토]

직장인 전지희씨는 지난 6월 말 발권한 제주행 비행기 표를 12일 취소했다. 7월 여름휴가를 제주에서 보낼 생각이었지만,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타기가 꺼려졌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스페인행 항공권을 발권한 직장인 손아무개씨도 고심이 깊다. 그는 “언제라도 취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산업별 대응 전략④ 항공업계]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했던 여객 수 6월 감소
여름휴가 시작에도 전월 대비 1%대 증가 그쳐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 이어 2분기 적자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행 중단으로 불거진 항공업 위기가 재차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 백신 접종 확대로 늘었던 여객 수가 지난 6월 하락했다. 올해 300명대까지 떨어졌던 확진자 수가 네자릿수로 증가, 여행 수요 증가를 막았다.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했다. 항공업계에선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여행 수요 감소

13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했던 여객 수(국제선 포함)가 지난 6월 하락으로 돌아섰다. 지난 6월 여객 수는 328만4186명으로 전월(5월) 332만1717명보다 2% 감소했다. 올해 1월 167만명 수준이었던 여객 수가 2월 247만명, 3월 277만명, 4월 315만명으로 5월까지 월 평균 20%가량의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재확산한 코로나19가 여객 감소를 부추겼다. 6월 21일 357명까지 떨어졌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월 말부터 급증세를 보이더니 7월 들어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가 전체 변이 바이러스 검출 건수의 60%를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7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음에도 여객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여객 수(출발 기준)는 약 118만명으로 전월 같은 기간(117만명)과 비교해 1% 증가했다.

다시 시작한 여객 감소에 국내 항공사들은 녹다운 위기에 처했다. 6월 중순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사적모임, 영업시간 제한 완화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발표됐고,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까지 본격 추진됐다. 항공사들은 7월 여름휴가 등 여객 수요가 더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할인에 항공편 확장에까지 비용을 쏟았지만, 여객 수 감소라는 강펀치를 맞았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 8일부터 제주항공 회원을 대상으로 국내선 포인트 적립 및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국제선 일부 노선에서 여정변경 수수료 1회를 면제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8일까지 국내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화 속에서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프로모션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수백억원 적자의 늪에 빠졌다. 여행 수요가 없는 속에서 그나마의 수요를 잡아내려 특가 항공권을 내놓는 등 ‘출혈경쟁’에까지 나선 탓이다. 결국 지난 1분기 여객 대신 화물 부문에서 이익을 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873억원, 진에어는 601억원, 티웨이항공은 44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전국 확산 가능성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형’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방역 지침이 전국 단위로 강화되면 여객 수는 더욱 감소, 항공사 위기는 심화할 전망이다. 국내선 출발편의 38%를 차지, 항공 수요 대부분이 몰리는 제주에서 인원제한(2단계)을 넘어 모임금지(3단계), 외출금지(4단계) 등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할 경우 여객 수는 곧장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본격화한 확진자 증가는 점차 비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제주를 포함한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비수도권 비중은 9일 22.1%에서 13일 27.6%를 나타내며 닷새 연속 20%를 넘어 3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했다. 김희겸 중대본 제2총괄조정관은 “거리두기가 강화된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했던 트래블버블도 위기에 빠졌다. 트래블버블은 국가 간 여행객 격리를 면제해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항공사들은 여름 성수기에 앞서 추진되는 트래블버블 기반 국제선 재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확진자 수 증가,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으로 방역 상황이 악화할 시 협정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서킷브레이커’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은 당장 이달부터 정부의 트래블버블 협정에 맞춰 사이판과 괌 노선 운항 재개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사이판 노선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오는 24일부터, 인천~괌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31일 운항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트래블버블을 여객 수요가 회복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봤지만, 최근 해외여행을 준비했던 이들까지 철회하고 있다”고 했다.

“여객 수요 회복의 지연은 불가피”

결국 항공업계의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 사업 부문을 키워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올해 2분기에 각각 1061억, 23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재차 수백억원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은 제주항공은 803억원, 티웨이항공은 300억원 영업손실을 전망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선 여객수가 작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97%나 감소한 실적이기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이판 외 다른 관광 노선에 대한 트래블버블 확대가 기대되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현 상황에서 하반기 여객 수요 회복의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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