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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히면 죽는다"…中 7개 부처 동원, 디디추싱 탈탈 턴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을 당시 뉴욕 증권거래소에 디디추싱의 주식정보가 게시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을 당시 뉴욕 증권거래소에 디디추싱의 주식정보가 게시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에 '찍힌' 최대 차량공유·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시련이 끝날 기미가 없다. 시장에선 역대 최고 규모 벌금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결국 미국 증시에서도 상장이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반대에도 미국 상장을 밀어붙인 ‘괘씸죄’의 대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시작된 디디추싱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안심사에는 주무부처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 뿐 아니라 공안부·국가안전부·자연자원부·교통운수부·세무총국·시장감독총국 등 총 7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디디추싱 본사 현장조사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보안 문제뿐 아니라 독점·탈세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모든 걸 탈탈 털어낼 태세다.

조사 이후 내려질 제재도 사상 초유의 규모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보다 고강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과징금 외에도 일부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자발적’ 상장 취소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지난 4월 알리바바에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2019년 매출의 4%인 182억 위안(약 3조1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10월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빗대 비판한 뒤다.

美 증시 상장으로 번 돈, 과징금에 다 들어갈 판

하락하는 디디추싱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락하는 디디추싱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블룸버그 보도대로 디디추싱에 부과될 과징금이 알리바바 때보다 많다면,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44억 달러(약 4조 9790억원)의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내야 할 판이다.

제재 소식에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디디추싱의 주가는 전날보다 11% 하락한 10.20달러에 거래됐다. 공모가(14달러)와 비교하면 26%가 빠졌다.

中 업계 1위 자리 흔들…경쟁업체 적극 공세

중국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 [중국 21세기경제보도 캡처]

중국 차량공유 시장 점유율. [중국 21세기경제보도 캡처]

디디추싱은 당국 조사로 최장 45일간 신규 회원 유치가 금지됐고, 모든 앱스토어에서 앱이 삭제됐다. 이 틈을 노린 경쟁업체들의 공세에 중국 내 독보적 1위 업체라는 지위도 흔들릴 처지다.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차량공유 업계에선 지각변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인 메이퇀(美團)은 지난 10일부터 차량공유 서비스를 2년 만에 재개했다. 메이퇀은 지난 2017년 차량공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디디추싱에 크게 밀리며 2019년 사업을 접었다. 메이퇀은 다른 업체들로부터 '기사 빼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운행 첫 3일간 기사들에게 번 1일 수입에 20%, 최고 1000위안(17만원)을 얹어 주는 조건을 제시 중이다.

승객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자동차업체 지리자동차 계열의 차량공유 업체 차오차오추싱(曹操出行)은 최근 신규 가입자에게 최대 30%를 할인해주는 쿠폰을 뿌리고 있다. 샹다오추싱(享道出行), 서우치웨처(首氣約車) 등도 할인 경쟁에 가세했다.

“中 플랫폼 기업, 당국 도전하면 언제든 제재”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디디추싱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디디추싱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괘씸죄'에 걸려 알리바바에 이어 디디추싱까지 추락하자 중국 플랫폼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디디추싱앱의 앱스토어 삭제는 플랫폼 업체가 다루는 고객 정보가 규제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했다”고 지적했다. 고객정보를 다루는 업체는 언제든 규제당국의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플레넘의 펑추청 애널리스트도 블룸버그에 “중국은 사이버 및 데이터 보안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보안 위험을 명분으로 개별 기업의 이익이 희생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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