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가 와인 1잔에 만취? 그런 그녀가 넘버1 된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1.07.24 07:00

업데이트 2021.07.24 07:39

와인 한 잔이면 만취한다는 소믈리에…. 와인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람이 한 잔에 취한다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와인 업계에서 알아주는 ‘알코올 바보’로 꼽히는 양윤주(32) 소믈리에는 23일 "와인은 코와 눈으로 마신다. 향을 즐기고 빛깔을 감상한다"며 "현존하는 술 중 유일하게 자연 색상과 복합적인 향을 간직하고 있는 게 와인이고 그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잡썰20]한국소믈리에대회 최연소 우승자 양윤주 소믈리에

양 소믈리에는 한국소믈리에대회 최연소 우승자다. 2016년 우승 당시 만 27세였다. 프랑스 농식품부가 주최하는 한국소믈리에대회는 1996년 첫 개최 이후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를 가리는 대표적인 대회다.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지식을 평가하는 필기시험, 블라인드 테스트, 디캔팅(병에 든 와인을 옮겨 담는 과정)뿐 아니라 고객 응대, 특정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선정 같은 실전 평가를 한다.

양윤주 소믈리에. [사진 하프패스트텐]

양윤주 소믈리에. [사진 하프패스트텐]

와인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는 그의 우승 비결은 ‘후각’이다. 양 소믈리에는 “어릴 때부터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해 후각이 발달한 것 같다”며 “굳이 마시지 않아도 구별할 수 있어서 블라인드 테스트가 되레 수월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양 소믈리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와인바인 하프패스트텐을 운영 중이다.

와인을 배우기 위해 성인이 되자마자 취직한 와인바에서 지금은 어엿한 사장이 됐다. 2009년부터 12년째 같은 장소를 지키고 있어 특별한 단골도 적지 않다. 양 소믈리에는 “소개팅을 할 때 와인을 추천했던 고객이 어느덧 결혼도 하고 자녀와 함께 가게를 찾아온다”며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6년 한국소믈리에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양윤주 소믈리에. [사진 하프패스트텐]

2016년 한국소믈리에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양윤주 소믈리에. [사진 하프패스트텐]

최근 국내 와인 시장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와인(2ℓ 이하) 수입액은 1억966만 달러(약 126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와인 수입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한 1만5473t으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양 소믈리에는 “국내에서도 매년 깊이 있게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가 늘고 있고 음식과의 조화나 맛‧향‧빛깔을 음미하는 수요도 늘고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와인을 단순히 ‘술’로 여기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생각하며 ‘홈술’로 와인을 선택하는 수요도 늘고 있어 단순한 술이 아닌 기호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캔팅하는 양윤주 소믈리에. [사진 하프패스트텐]

디캔팅하는 양윤주 소믈리에. [사진 하프패스트텐]

와인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인식에 대해서는 양 소믈리에는 “내 느낌에 따라서 소주나 맥주 브랜드를 고르듯이 와인도 내 예산과 느낌에 따라서 편안하게 주문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양 소믈리에는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까실레로 델 디아블로 소비뇽 블랑’을 지인들에게 종종 추천한다. 가격 부담(1만 원대)이 적고 코르크가 아닌 돌려서 따는 스크루캡 마개라 남은 와인을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편해서다.

그는 “세계 인구만큼 다양하고 많은 와인이 있고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소믈리에가 있는 와인바에서 마리아주(와인과 궁합이 좋은 음식)를 즐겨보길 권한다”며 “같은 와인이어도 어떤 음식과 마시느냐에 따라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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