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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안고 회의한 엄마도 환호…'툭하면 줌' 없앤 재택 묘책

중앙일보

입력 2021.07.24 05:00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아틱 울프 네트워크’의 메건 플래너건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작한 재택근무로 여러 번 진땀을 흘려야 했다. 잦은 화상 회의 때문이었다.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회의에 참석한 날이 부지기수였고, 육아와 일 모두 엉망이 됐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해결됐다. 이른바 ‘코어 시간(Core Hours)’ 도입에 따라 회의 시간을 아들의 낮잠 시간인 낮 12시부터 3시로 제한하면서다.

'코어 시간에만 회의' 원칙 도입 이후
방해 없는 업무 시간 보장…효율 증대
직원들 “무제한 대신 통제 있는 자유를”

지난 2월 태국 파툼타니주의 와트프라함마카야 사원에서 열린 막하부차의 날 기념식.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치된 화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줌(Zoom)을 이용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태국 파툼타니주의 와트프라함마카야 사원에서 열린 막하부차의 날 기념식.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치된 화상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줌(Zoom)을 이용해 기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재택근무로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코어 시간’을 도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택근무로 일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자 직원과 회사 모두를 위한 윈-윈 전략을 내놓은 결과다.

기업이 제시한 코어 시간이란 재택근무 중인 직원 모두가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회의나 협업 등 교류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을 뜻한다. 코어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으로 하되, 나머지는 개인 업무 및 자유 시간으로 보장한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기 위한 묘책으로 이 전략을 짜냈다. 재택근무 이후 늘어난 회의에 시간을 빼앗겨 개인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플래너건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메신저와 잦은 회의로 개인 업무는 뒷전이 됐고, 야근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근무 형태가 됐다. 미국에서 한 워킹맘이 아이를 안고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근무 형태가 됐다. 미국에서 한 워킹맘이 아이를 안고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시카고대학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의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로 총 근무시간이 약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팀 회의 횟수도 재택 이전 평균 주간 0.5회 수준에서 21.5회로 늘었다. 반면 전화나 회의 등의 방해 없이 두 시간 이상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은 주당 평균 34.5시간에서 32.7시간으로 떨어졌고, 생산성도 약 20% 감소했다.

“무제한 자유 대신 통제된 자유 필요”

WSJ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재택근무 중에 반드시 회의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직원들에게 무제한 자유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여성 근로자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의사당에서 화상으로 열린 주택 세출 위원회 회의를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여성 근로자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의사당에서 화상으로 열린 주택 세출 위원회 회의를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드롭박스’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원들은 오히려 통제된 자유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직원들은 “경계 없는 자유는 전적으로 나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면서 “회사 내부에서 일정한 회의 시간을 정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업무 분장과 목표 설정을 위한 회의 시간과 개인 업무 시간을 철저히 분리하고 싶다는 것이다.

드롭박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코어 시간을 오전 9시~오후 1시로 지정했다. 되도록 많은 직원이 함께 모일 수 있도록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지사가 있는 유럽과 아시아 시간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코어 시간 지정 전 온종일 회의에 시달려야 했다는 고객 서비스팀 부팀장 루이스 테일러는 “4시간이라는 일정한 시간 안에 교류 업무를 마쳐야 하다 보니 불필요한 회의가 사라졌고, 개인 업무 시간엔 오롯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효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앞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도 코어 시간을 적극 활용해 상시 재택근무를 허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 전략이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WSJ은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서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직원을 일정 시간에 묶어두는 것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물류 소프트웨어 기업 포카이츠 인사 담당자는 “코어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 지역과 팀으로 쪼개 코어 시간을 운영하되 업무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각 직원과 팀, 기업 간 강한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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