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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조용한 올림픽, 막 올랐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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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01면

[SPECIAL REPORT]
여기는 2020 도쿄올림픽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화려한 불꽃과 함께 개막했다.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관중 없이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했다. 장진영 기자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화려한 불꽃과 함께 개막했다. 도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는 관중 없이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했다. 장진영 기자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세계인의 축제가 막을 올리는 이곳에는 관중이 없었다. 따라서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다. 개막일까지 개최국 일본 국민의 관심도 거의 받지 못했다. 무관중, 무환호, 무관심으로 압축되는 ‘3무(無) 올림픽’이 조용하게 시작됐다.

무관중 개회식, 선수도 대폭 축소 #아베도 불참, 정상급 소수만 참석 #경기장 밖선 “올림픽 중단” 시위

2016년 8월 22일 리우올림픽 폐회식 때 ‘슈퍼 마리오’ 분장으로 깜짝 등장해 찬사를 받았던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5년 뒤 이런 광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개회식에는 아베조차 없었다.

1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지은 경기장의 6만8000여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배경 음악과 각국 취재진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경기장을 공허하게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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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밖 오륜기 모형에 도쿄 시민들이 몰려들어 셀카를 찍기는 했다. 그러나 경찰과 군인이 경기장 접근을 막았다. 그 옆에서는 “올림픽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는 개회식이 시작하고도 계속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무관중 개회식’에는 대회 관계자와 취재진 등 1500명 정도만 참석했다. 국가 정상급 인사도 15명에 불과했다. 정상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이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했다. 프랑스와 미국은 2024년, 2028년 올림픽 개최국이다.

‘개회식의 꽃’이라 불리는 참가국 입장도 대폭 축소됐다. 김연경(배구)과 황선우(수영)가 기수를 맡은 한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입장했다. 한국 대표 선수단 355명 중 10분의 1도 되지 않는 30명만 참석했다. 대부분 ‘미니 선수단’이었으며, 자국 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마스크를 착용한 선수가 많았다. 개회식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이었다. 흥에 겨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념 촬영을 하는 선수도 일부 있었다. 1m 이상의 거리두기도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개회식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 당초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하는 ‘부흥’을 모토로 내세우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APART BUT NOT ALONE)’라는 내용으로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

개회식은 텅 빈 운동장 위에 놓인 트레드밀에서 홀로 달리는 선수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고립된 것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림픽이란 축제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상상을 빛과 음악으로 표현했다.

1964년 열렸던 도쿄올림픽의 유산을 강조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에도 시대 목수들이 나무를 운반할 때 부르던 노래 ‘키야리 우타’를 배경 음악으로, 거대한 목재를 옮기는 장인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공연에는 1964년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각국으로부터 가져온 씨앗에서 자라난 나무들을 활용했다.

개회식의 중앙 무대는 후지산과 일본 전통 공연인 가부키 무대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여기서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 미샤(MISIA)가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불렀다.

아사히 신문 “분열·불신 속에 열리는 이상한 대회”

그러나 이 노래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논란이 있다. 개회식 공연에는 발레리나 나카무라 메구미,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가부키 배우 이치가와 에비조 등 일본 대표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외신들도 낯선 올림픽 개회 소식을 각자의 시각으로 전했다. AP통신은 “조용한 세리머니와 비어있는 스타디움…. 도쿄올림픽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1920년 스페인 독감 유행 중 강행된 벨기에 앤트워프 올림픽과 비교하며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 일본이 파티를 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조차 “분열과 불신 속에 열리는 이상한 대회”라고 썼다. 올림픽 주관방송사 미국 NBC는 개막식을 프라임 타임이 아닌 오전 6시 55분(동부 시간)에 생중계했다.

개막 직전까지 올림픽 중단 가능성이 나왔지만, 어쨌든 대회는 시작됐다. 세계 205개국과 난민 대표팀 등 206개 팀이 다음 달 8일까지 33개 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벌인다. 22일에만 올림픽 관계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19명 더 나왔다. 이로써 올림픽 관련 누적 확진자는 106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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