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환 曰] 디지털 민주주의에 경종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2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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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30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디지털 세상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명제는 거의 ‘참’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이어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유죄 판결은 이를 증명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댓글의 공감·비공감 클릭 수를 조작한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돼 지난 21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국정원·드루킹 댓글 판결은 빙산의 일각
대선 과정에 디지털 민주주의 사활 걸려

각종 음모론과 가짜 뉴스, 마타도어 등 대선전에서의 네거티브 공격은 특히 요즘 세상에 디지털 온라인을 올라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팬데믹을 일으킨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의 특징상 ‘온라인 독버섯’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독성을 무한정, 무차별적으로 퍼뜨릴 수 있다. 드루킹 일당이 자체 개발한 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매크로의 하나에 불과하다.

문제는 ‘댓글·공감·비공감 테러’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정치지도자들을 선출하는 데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정원 댓글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을 선출한 2012년 대선, 김 지사와 드루킹 공모 사건은 문제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2017년 대선 기간 벌어졌다. 당시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국가 기관이 개입했건, 특정인의 사조직이 개입했건 인터넷 여론 조작과 호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악의 축’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신호들』(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아날로그)은 “기술이 부당하게 이용되는 확실한 증거로, 개인의 편견을 조장하고자 특정 성향의 유권자를 겨냥해서 기계가 메시지를 보내고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행위가 있다”며 “컴퓨터가 인간의 반응을 유도해 내는 능력이 오용되면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기계는 그저 기계일 뿐이다. 이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며 정치인들이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부류끼리만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고립되는 역효과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단톡방 등 SNS는 집단사고를 강화하면서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 공격하는 전초기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정교하게 조작된 정치 뉴스는 선거를 일종의 가격 담합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즉 우리는 우리가 볼 것 같다고 그들이 판단한 뉴스만 접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세상을 밝혀 준다’는 거짓 명제들과 우리가 사실로 여기고 싶은 것이 우연의 일치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책세상, 제랄드 브로네르 지음)는 “이러한 거짓 명제들이 드러내는 것은 우리의 합리성이 지닌 어두운 면모”라며 “두 가지 민주화 과정, 즉 정보시장의 자유화와 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상품 공급의 혁명에 기인한다”고 기술한다. 지은이는 이런 과정이 가공할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데 이 민주화 과정이 우리 민주주의에 매우 우려스러운 역사적 순간을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랍의 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디지털 세상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선거 등 민주주의 이벤트에서 디지털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불가능하다.

이번 대선전은 한국 민주주의에 중대한 이정표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론조작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활을 건 디지털 세상 전투는 우리 모두를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 있다. 디지털 민주주의 폐해를 모두가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고 후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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