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제덕·안산 신들린 시위…한국 양궁 전관왕 향해 순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6호 05면

2020 도쿄올림픽 첫날 

남녀 양궁대표팀 막내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랭킹라운드에서 나란히 1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24일 혼성전에 함께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 신설된 혼성전은 남녀 1명씩 출전해 번갈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

남녀 양궁대표팀 막내 김제덕(왼쪽)과 안산이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랭킹라운드에서 나란히 1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24일 혼성전에 함께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 신설된 혼성전은 남녀 1명씩 출전해 번갈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합뉴스]

한국 궁사들의 활이 일본의 심장 도쿄를 관통했다.

김제덕·안산 남녀 예선 1위 차지 #혼성전 짝 이뤄 동반 3관왕 도전 #여자 장민희·강채영 2, 3위 올라 #남자 오진혁·김우진도 좋은 출발

한국 양궁 대표팀은 23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인 예선 랭킹 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출전한 6명(남녀 3명씩)의 선수가 모두 4위 안에 들었다. 랭킹 라운드엔 메달이 걸려있지 않지만 이 성적에 따라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 토너먼트 시드 배정이 이뤄진다.

도쿄올림픽 양궁에는 기존 남녀 개인전·단체전에 혼성단체전이 추가돼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한국 대표팀은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한다.

산뜻한 출발을 알린 건 여자 양궁이었다. 안산(20·광주여대)이 680점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랭킹 라운드에선 70m 사로에서 개인당 72발(만점 720점)을 쏴 순위를 가린다. 안산은 2019년 6월 강채영(25·현대모비스)이 작성한 세계기록(692점)에 미치지 못했지만,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리나 헤라시멘코(우크라이나)가 세운 올림픽기록(673점)을 25년 만에 갈아치웠다.

안산은 전체 화살의 50%인 36개를 10점에 꽂았다. 엑스텐(과녁 정중앙)은 16개로 여자부 출전 선수(64명) 중 가장 많았다. 그는 대회 3관왕에 도전할 기회도 잡았다. 한국 대표팀은 랭킹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남녀 선수에게 혼성전 출전 자격을 주기로 했다. 이로써 안산이 여자 대표로 나가게 됐다.

장민희(22·인천대)와 강채영도 선전했다. 장민희는 677점으로 2위, 강채영은 675점으로 3위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랭킹 라운드 1~3위를 싹쓸이한 덕분에 한국 선수들은 8강까지는 맞대결을 피할 수 있다. 여자 대표팀은 선수 3명의 점수 합산 방식으로 치른 단체 예선에서도 1위(2032점)에 올랐다.

이어 열린 남자 랭킹 라운드에선 ‘고교 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이 688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김제덕은 전반 1엔드 첫 3발을 10점에 꽂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5엔드. 첫 3발 엑스텐을 포함해 6발을 모두 10점에 넣었다. 이어 6엔드 첫 4발까지 10점을 기록, ‘10발 연속 10점’으로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렸다.

경기 중반 잠시 주춤했지만 김제덕은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마지막 6엔드 6발이 모두 10점이었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브래디 엘리슨(미국·682점)의 추격을 따돌린 김제덕은 안산과 혼성전 짝을 이루게 됐다. 그는 경기 뒤 “금메달 3개를 모두 획득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 금메달리스트 오진혁(40·현대제철·681점)과 2016년 리우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29·청주시청·680점)은 각각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 경쟁만큼 날씨도 뜨거웠다. 이날 한낮 도쿄 온도는 섭씨 33도,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했다.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은 도쿄만(灣) 바로 옆에 있어 습도까지 높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흘렀다.

사대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선수들도 숨이 턱턱 막혔다. 이로 인해 러시아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23)가 실신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점수를 확인하다 의식을 잃었다. 러시아 의료진과 동료들이 얼음 주머니로 열을 식혀줘 겨우 의식을 되찾았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오진혁은 “생각보다 더워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바람도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계속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