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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 미래 손실 반영된 실적, 수주산업 특성 감안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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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15면

실전 공시의 세계

삼성전자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이후 주가가 3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시장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로 평가받을만한 성적표를 내놓았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이 2분기 실적을 공시하자 주가는 2일 연속 상승마감 했습니다. 회사가 공시한 2분기 영업이익은 어닝 쇼크(시장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실적)급이었습니다.

2분기 대규모 적자 한국조선해양 #손실 미리 털어 앞으로 개선 전망

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실적과 거꾸로 움직였을까요? 미래 전망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봅니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지금이 바닥이라는 겁니다. 갈수록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3조8000억원, 영업손실은 8973억원입니다.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전문가 예상치(영업손실 1700억원 안팎)의 다섯 배가 넘는 손실을 낸 회사 주가가 오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선이나 건설과 같은 이른바 ‘수주산업’의 결산은 가끔 일반기업과는 달리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발주처(선사)로부터 1000억원을 받고 3년(2021년 초~2023년 말) 간 건조해 컨테이너선을 납품하기로 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총 예정원가는 900억원, 예상이익은 100억원입니다.

만약 선박건조 중 후판 가격이 오른다면 선박대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조선사가 그대로 떠안아야 합니다. 건조 첫 해에 450억원의 원가가 실제 투입됐습니다. 총 예정원가의 50%가 들어갔기 때문에 공사 진행률도 50%로 간주합니다. 매출은 공사 진행률에 연동됩니다. 즉, 1000억원의 50%인 500억원을 첫 해 매출액으로 인식합니다. 그렇다면 공사이익은 ‘매출 500억원-투입원가 450억원=50억원’으로 계산됩니다.

결산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이 있습니다. 남은 건조기간 동안 투입해야 할 원가를 다시 계산해 보는 겁니다. 애초 예상대로라면 450억원입니다. 그런데 현재 후판 가격이 급등한 상황입니다. 이 가격을 적용했더니 남은 기간 투입예정원가는 650억원으로 산출됐습니다. 남은 기간 손익은 150억원 적자가 예상됩니다. 받을 돈(매출)은 500억원인데 투입원가가 650억원이니까요.

결국 이 컨테이너선은 전체적으로 100억원 적자가 예상됩니다. 첫 해 50억 이익을 내도 남은 기간 150억원 적자이니까요. 이런 경우 조선사는 미래 손실 150억원을 당겨서 반영해 버립니다. 그래서 첫 해의 최종손익은 50억원 이익이 아니라 100억원 적자로 바뀝니다. 남은 기간 원가가 650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이 회사에 추가로 손실이 날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현재 철강사들이 조선사에게 후판가격 30%~40%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은 상당히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건조 중인 선박 및 신규 수주 선박의 미래 예정원가를 산출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손실(공사손실충당부채)을 2분기 결산에 반영한 것입니다.

일종의 ‘빅백스(Big Bath,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냄)’를 한 셈입니다. 물론  후판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면 추가로 손실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도, 전문가들도 후판 가격이 이후 더 오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공시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텐데요, 특히 수주산업의 경우 이러한 특성을 잘 감안해 해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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