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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인류 출현과 함께 생겨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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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20면

스포츠의 탄생

스포츠의 탄생

스포츠의 탄생
볼프강 베링거 지음
강영옥 옮김
까치

수렵·채집 선사시대가 기원 #인류 발전 역사의 유산 #고대~현대 스포츠 역사 훑어 #스키 발레도 한때 올림픽 종목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지금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았던 가까운 옛날, 기자들은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먼저 질문이다. “뭐가 뉴스인지 알아?” 대답은 이렇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면 뉴스지!” 이걸 좀 패러디해볼까. 먼저 질문이다. “뭐가 스포츠인지 알아?” 대답은 이렇다. “올림픽에서 하면 스포츠지!” 그렇다면 책에 나오는 이 구절을 보자. “스포츠의 특성에 관한 질문은 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던져진다. (…) 올림픽에서 신규 종목으로 채택하는 기준이 얼마나 유동적이었는지 안다면, 스포츠에 대한 극단적인 표현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이다. 스키 발레가 스포츠라면 말(馬) 발레가 스포츠가 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457쪽)

스키 발레라는 스포츠가 진짜로 있냐고?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유튜브에서 ‘olympic ski ballet’를 검색해보라. 아마도 결과 중 맨 앞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운영하는 ‘olympic’ 채널의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영상일 것이다. 제목이 ‘스키 발레가 올림픽 시범종목이었을 때(When Ski Ballet was an olympic demonstration sport)’다. 헤라르도 마토스 로드리게스의 탱고곡 ‘라 쿰파르시타’ 선율이 흐른다. 이에 맞춰 파브리스 베커(프랑스)가 슬로프를 서서히 내려가며 그야말로 현란하면서도 우아한 연기를 펼친다. 스키 발레는 1988년 캘거리와 92년 알베르빌 대회의 시범 종목이었지만, 정식 종목이 되지는 못했다. 또 검색창에 ‘horse ballet’라고도 꼭 쳐보길 바란다. 깜짝 놀랄 거다.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루마니아의 기계체조 선수 나디아 코마네치. 1976·80년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받았고, 여성 선수로는 처음으로 평행봉에서 10점 만점을 받는 바람에 전자 전광판이 고장났다. [사진 까치]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루마니아의 기계체조 선수 나디아 코마네치. 1976·80년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받았고, 여성 선수로는 처음으로 평행봉에서 10점 만점을 받는 바람에 전자 전광판이 고장났다. [사진 까치]

무엇이 스포츠인가. 『스포츠의 탄생』, 이 책을 관통하는 화두다. 스포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탄생 시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자신이 역사학자인데도 책 맨 앞에서 강한 도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역사 수업이나 대학교의 사학 공부에서도 스포츠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은 스포츠의 역사에 관해서 배울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교육 정책가와 역사학자의 선호를 말해줄 뿐”(7쪽)이라고. 그리고는 이렇게 이어간다. “스포츠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신체를 사용하는 능력은 분명 인류 발전의 역사가 남긴 유산”(16쪽)이라며 그 시작을 수렵·채집경제 중심의 선사시대까지 끌어올린다. 저자는 인류의 출현과 스포츠의 탄생 시점을 동일하게 보고 있다.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1~5장에서 저자는 통시적으로 스포츠 역사를 서술한다. 1장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스포츠’(물론 당시에는 그런 단어가 없었고, 근대 초기에 처음 등장한다)를 다룬다. 하늘(신)에 대한 제례 목적으로 탄생한 고대 올림픽, 그리고 원형경기장과 스파르타쿠스로 대표되는 검투 경기 등이다. 중세를 다룬 2장의 대표주자는 ‘마상 시합’이다. 3장에서는 인본주의가 신본주의를 대신하고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깨닫는 르네상스 시대 스포츠를 다룬다. 이어 ‘스포츠의 발명’으로 명명한 4장에서는 근대 스포츠 종목 및 올림픽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5장에서 세계화, 상업화 등 20세기 이후 세계 스포츠의 변화와 흐름을 상술한다. 중간중간 중동지역과 인도, 중국 등 동양 사례를 거론하지만, 독일 출신 저자이다 보니 대부분 유럽과 미국 등 서양 사례다.

현직 대학교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다양한 것들의 문화사를 연구하며 관련 저서도 여럿 펴냈다. 우편제도, 마녀(재판·사냥), 양조장, 도시 이미지 등이 그가 그간 다뤘던 분야다. 2012년 이 책을 통해 그 목록에 스포츠를 추가했다. 2007년에는 저서 『기후의 문화사』를 통해 관심 분야를 기후까지 넓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옹호하기 위해 잘못된 사실을 수록하고 일부 데이터를 선별해서 사용했다는 비판을 학계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23일 밤 도쿄올림픽이 개막했다. 저자는 이 책의 많은 분량을 올림픽 관련 이야기에 할애했다. 올림픽에 맞춰 출간된 이유일 것이다. 문득 올림픽이 만약 열리지 못했다면 이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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