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간다운 속성이 코로나를 키운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6호 21면

신의 화살

신의 화살

신의 화살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홍한결 옮김
월북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처음 상륙한 신종 감염병. 당시만 해도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돼 ‘우한폐렴’이라 불렸던 이 병이 이렇게 오래 우리의 삶을 지배할 줄은 몰랐다. 코로나19는 천형(天刑)과 같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413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무서운 속도로 바꿔놓았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바라보며 『일리아스』에 묘사된 트로이 전쟁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아폴론이 그리스인들을 향해 활을 겨누고 화살을 폭풍처럼 쏟아부어 역병을 안기는 장면이다. 신 앞에서 오만방자했던 그리스인들에게 내리는 벌이었다.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저자는 왜 신이 우리에게 죽음의 화살을 쏘았는지, 우리를 향한 활은 언제쯤 거둬질 것이며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를 서술했다.

그는 감염병은 대개 인간이 가진 속성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진화된 면들을 파고든다고 말한다. 집단을 이루고 어울려 살도록 진화한 사람의 속성, 신체를 접촉하며 애정과 친밀감을 나누고, 죽은 자를 땅에 묻고 애도하는 습성이 사람을 감염병에 취약하게 만든단 것이다.

“전염병을 퍼뜨려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병원체는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130쪽)

책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통제를 벗어난 순간부터 우리가 지난 수백 년간 팬데믹마다 나타났던 생물학적 변화를 그대로 밟아왔다고 전한다. 경제 붕괴에서 허위 정보 유통에 이르는 사회적 변화까지 인류가 수없는 감염병을 겪으며 거쳐온 수순을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과 4차 대유행 속에서 코로나19의 끝이 언제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그러나 책은 희망을 안긴다. 회복 과정 또한 과거의 팬데믹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역병의 끝이 언제일지, 그 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이들에게 권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