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에 메달 따도 환호 금지, 확진 땐 결장 처리…“코로나 안 걸리기 올림픽이냐?”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24 00:02

업데이트 2021.07.2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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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06면

[SPECIAL REPORT]
여기는 2020 도쿄올림픽

많은 일본인이 올림픽 성화 도착을 기념해 열린 일본 자위대 ‘블루 임펄스’의 곡예비행을 보기 위해 몰렸다. [AFP=연합뉴스]

많은 일본인이 올림픽 성화 도착을 기념해 열린 일본 자위대 ‘블루 임펄스’의 곡예비행을 보기 위해 몰렸다. [AFP=연합뉴스]

지난 21일 일본 후쿠시마현 아즈마 스타디움에서는 도쿄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팀의 풀리그 첫 경기. 일본 대표팀 나이토 미노리와 후지타 야마토의 투런포가 이어지며 일본이 5회만에 8-1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한 번도 경험 못한 코로나 올림픽
코로나 직격탄, 1년 연기 끝 개최
대회조직위 손실액 4조원 넘을 듯

시상식 도중 서로 악수·포옹 금지
메달도 선수들이 ‘셀프’로 걸어야

역대 화제 ‘콘돔 마케팅’ 안 하고
도요타 등 기업들 광고도 포기

일본이 그토록 원했던 올림픽에서 첫 승리가 나왔지만,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무관중 경기’ 방침에 따라 관중석이 텅 빈 구장에는 선수들의 함성과 사진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만 들렸다. 기묘한 장면이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올림픽’이 23일 그 막을 올렸다. 지구촌 곳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열리는 불안정한 축제다. 지난해 7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되면서 ‘한 해 늦게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첫 번째 기록을 썼다. 이후, 최초의 무관중 올림픽, 함성과 악수와 포옹 없는 올림픽, 세계 정상들이 외면한 올림픽 등 새로운 역사를 속속 써나가고 있다.

부흥 외친 올림픽이 ‘불안정한 축제’로

23일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메인스타디움 근처에는 올림픽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장진영 기자

23일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메인스타디움 근처에는 올림픽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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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는 2013년 9월 8일(한국시간) 열린 제12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제32회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1차 투표에서 42표를 얻어 터키 이스탄불(26표), 스페인 마드리드(26표)를 크게 앞섰다. 일본은 결선 재투표에서 마드리드를 꺾고 올라온 이스탄불에 60-36 압승을 거뒀다. 1964년 제18회 대회 이후 56년 만에 하계올림픽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아시아에서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연 나라는 일본이 처음이었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순간 만세를 불렀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을 딛고 (일본이)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감격해 했다. 일본은 2011년 3월 미야기현 앞바다에 규모 9.0 강진이 발생,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는 참사를 겪었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국 경제를 되살리는 터닝포인트를 만들려고 했다.

일본의 꿈을 코로나19가 삼켜버렸다. 도쿄올림픽이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7월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대회가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연기됐다. 캐나다와 호주를 비롯한 국가들이 연이어 불참을 선언하자 아베 전 총리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 인한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11월 대회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분석한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은 약 2조원. 지난 6월 로이터통신은 손실액이 30억 달러(3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개막 직전까지 꺾이지 않는 일본의 코로나19 기세다. 2013년 9월의 환호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은 여러 가지로 특별하다. 이번 대회에선 선수들이 관중 응원을 받을 수 없다. 지난 8일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도(都), 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5자 회담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르는 데 합의했다.

도쿄올림픽은 도쿄 등 수도권 4개 지역, 9개 도도현(都道縣·광역자치단체)의 4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전체 경기의 80%가 열리는 수도권 1도 3현(도쿄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 지바현)은 물론 홋카이도, 후쿠시마 등도 무관중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입장권의 96%가 무효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약간의 관중을 받을 계획이지만, 구멍 난 입장 수입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무관중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900억엔(9451억원)이라고 보도했다. 1년 연기에 무관중으로 인한 손해까지 더하면 이 금액만 4조원이 넘어간다. ‘돈 먹는 하마’가 된 대회를 왜 해야 하는지 일본 내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다.

코로나19는 대회 전반적인 운영에도 영향을 끼쳤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한데 어울리는 개·폐회식 풍경도 확 달라진다. 개회식에 참석하는 선수단 규모가 예정(1만1000명)보다 절반 가량 축소됐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도쿄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6만8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대형 스타디움이다.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에 관중이 없었고, 선수들도 최소 인원만 모였다.

사람 간 접촉이 철저하게 금지되는 만큼 시상식 메달 세리머니도 간소화된다. 조직위는 “시상식은 쟁반에 올려져 있는 메달을 선수들이 스스로 목에 걸어 진행할 것”이라며 이른바 ‘셀프 시상식’을 예고했다. 쟁반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소독된 장갑을, 수상 발표자와 선수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시상식 중 선수 간 악수나 포옹도 금지된다. 경기장에선 몰입도가 높은 음향 시스템으로 관중 환호를 대신할 계획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올림픽 뉴스에서 수없이 봤던 메달 깨무는 모습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키 137㎝인 미국 체조선수 레이건 스미스와 키가 211㎝인 미국 농구선수 디안드레 조던이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였지만, 이번 대회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이런 장면을 볼 수 없다.

코로나 걸리기 전까지 선수 성적은 인정

도쿄 신주쿠에 있는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신주쿠에 있는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메달을 따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감격스러워도 환호성을 지르는 건 위험 행동이다. 아무리 기뻐도 선수들은 박수를 치거나 침방울이 튀지 않는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정을 모두 마친 선수들은 48시간 이내 선수촌을 떠나야 한다.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일부 종목은 AD(Accreditation) 카드가 부족해 관계자가 출국하지 못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조직위가 방역을 이유로 AD카드 발급을 대폭 줄인 게 화근이다. AD카드는 국제대회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프리패스’다. 이게 없으면 경기장 출입 등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한국 복싱 대표팀은 AD카드를 2장만 받아 아리안 포틴, 한순철 코치가 사용한다. AD카드가 없으면 일본 입국부터 어려워 원활한 대회 운영을 위해 나동길 감독이 한국에 잔류했고, 두 코치만 일본에 파견했다.

코로나19로 종목별 규정도 세부화했다. 지난 6월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코로나19로 올림픽에 뛰지 못하는 선수나 팀은 실격(Disqualified)이 아니라 결장(DNS·Did Not Start)으로 규정한다 ▶코로나19로 뛰지 못하기 전까지 거둔 선수나 팀의 성적은 인정한다. ▶코로나19로 선수나 팀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해당 선수 또는 팀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종목별 특별 규정은 약간씩 다르다. 마라톤, 사격, 역도처럼 하루에 모든 일정이 끝나는 종목은 해당 선수가 오전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야 경기를 뛸 수 있다. 만약 양성이 나오면 결장으로 처리된다.

개인종목에선 코로나19 확진으로 처리되면 그 빈자리를 차순위 선수가 차지한다. 예를 들어 100m 결승 단거리에서 경기 당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 준결승에서 9위를 한 선수로 교체된다.

AD카드 품귀, 한국 복싱팀도 울상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미 칠레 태권도 대표선수 등 네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결장 처리됐다. 올림픽 기간 내내 감염으로 인한 결장과 선수교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수들이 “코로나 안 걸리기 올림픽이냐”며 자조를 쏟아내는 이유다.

단체경기는 더 복잡하다. 야구는 3개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조별리그 순위에 따라 변형 패자부활전 방식의 녹아웃 스테이지를 벌인다. 하지만 대회 개막 전 코로나19로 못 뛰는 팀이 나오면 해당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싱글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바뀐다. 라운드 로빈 1, 2위가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다투고, 3, 4위는 동메달 결정전을 벌인다. 코로나19 때문에 결승에 오르고도 금메달 결정전에 못 뛰는 팀이 생기면, 이전 대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해당 팀 대신 결승에 오른다.

12개 국가가 6개씩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조별 상위 4개 나라가 8강에 진출하는 배구에선 8강 진출 팀 중 코로나19 발생 팀이 나오면 해당 팀은 결장 처리된다. 그리고 조별리그 차순위 팀이 8강에 오른다. 코로나19로 4강을 못 뛰는 팀이 나오면, 8강에서 해당팀에 패한 팀이 4강 무대를 대신 밟는다. 결승도 같은 방식이다. 축구는 최종 엔트리를 18명에서 22명으로 확대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에 대비했는데 최소 13명(선발 11명 교체 2명)의 출전이 가능해야 경기를 뛸 수 있다.

올림픽마다 화제를 모았던 ‘콘돔 마케팅’도 이제 옛말이 됐다. 건장한 선수의 교류가 활발한 올림픽에선 매 대회 엄청난 양의 콘돔이 배포됐다. 올림픽 무료 콘돔은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져 온 ‘전통’에 가깝다. 리우올림픽에선 역대 최다인 45만개의 콘돔이 뿌려졌다. 15만개였던 2012년 런던올림픽의 3배 규모. 올림픽 기간 모든 선수가 매일 2개씩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전 세계인이 모이는 도쿄올림픽은 콘돔 제작 능력을 알리고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홍보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성(性)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는 사가미를 비롯해 두께가 0.01~0.02㎜에 불과한 ‘초박형 콘돔’을 제작할 수 있는 회사들이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조직위가 ‘언택트 올림픽’을 강조하면서 콘돔을 나눠줄 순 없었다. 결국 준비한 콘돔 16만개를 선수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갈 때 기념품으로 나눠줄 계획이다. 올림픽 특수가 의미를 잃었다.

여러모로 도쿄올림픽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자국 내 대회 개최 반대 여론이 높아 기업들이 잇따라 올림픽 마케팅을 포기하고 있다. 무관중으로 대회가 치러지다 보니 홍보 효과도 크지 않다. 지난 19일에는 ‘도요타가 일본에서 올림픽 관련 TV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4년까지 유효한 계약으로 2015년 올림픽 최상위 후원사가 됐다. 계약 금액은 비공개지만, 1000억엔(1조446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 특히 도요타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약 200명의 선수를 후원한다. 그런데 개막식 불참은 물론이고 올림픽 관련 TV 광고까지 포기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NTT, NEC 등 일본 주요 기업도 ‘개막전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도요타와 뜻을 함께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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