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개, 주인까지 위험하게 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24 00:02

업데이트 2021.07.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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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15면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서광원칼럼 7/24

서광원칼럼 7/24

개 중에서도 사냥개는 용맹하다. 자신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큰 상대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고 격렬하게 짖으며 맞서고, 상대가 도망가면 끈질기게 쫓아간다. 쫓아가면서도 계속 짖는다. 상대를 위협함과 동시에 뒤따라오는 사냥꾼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다. 자신들의 숫자가 적으면 거리를 둔 채 짖으면서 사냥꾼을 기다리고, 많으면 상대를 둘러싼 후 지칠 때까지 공격한다.

개, 목숨 구하려 격렬하게 짖으면
이유 없이 공격 않는 호랑이 자극
피하지 못하고 치명적 비극 불러

무능력 숨기려 큰소리 치는 사람
자기만 살려고 조직 망칠 가능성

개는 늑대와 같은 조상을 가졌지만 이들과 달리 짖을 수 있다. 늑대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는 하울링이라는 긴 울음소리를 짖는 능력으로 만들어 낸 것인데, 아마 인간과의 의사소통이 필요해서였을 것이다. 인간보다 빠른 달리기와 탁월한 후각 능력을 갖고 있는데다 이런 소통 수단까지 갖춘 덕분에 개는 지금까지 인간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에는 귀여움까지 장착 중이고 말이다.

혹시 이런 개들이 야생에서 호랑이와 마주치면 어떨까? 이때도 앞에서처럼 자신의 본분을 다 할까? 많은 사례와 연구를 보면, 이럴 때 개는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대응한다. 무섭게 짖는 것이다. 자신보다 덩치가 대여섯 배나 큰 엄청난 상대이니 당연한 듯싶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행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우리 생각과 달리 호랑이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닌 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은 까닭이다.

호랑이가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른데, 여느 먹잇감과 다르게 생긴 몸 형태와 인간이 가진 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편이다. 몸 형태란 직립으로 인해 다른 동물과 달리 꼿꼿이 선 형태가 되면서 호랑이가 노리고 달려드는 급소인 목이 상당히 높고 단번에 물기 어려워 공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동물과는 달리 다양한 무기가 있어 보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공격하지 않는데, 여기서 ‘꼭 필요한 상황’이란 굶어 죽기 직전이거나, 자신이 공격받았을 때다.

최근 인간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인간들이 호랑이의 서식지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사람과 호랑이는 숲에서 만나도 대체로 아는 척 모르는 척 지나간다고 한다. 일종의 묵계(默契)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개가 격렬하게 짖으면 어떻게 될까? 맹수 사이에서 상대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건 “싸우자”라고 하는 것이다. 호랑이로서는 작은 개가 맹렬하게 도전장을 던졌으니 숲의 제왕으로서 가만있을 리 없다.

그런데 이때 개는 대체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행동을 한다. 계속 격렬하게 짖으며 사람 뒤로 숨는 것이다. 지나갈 수도 있었던 상황을 위험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을 위험에 노출시킨다. 호랑이에게 짖는 게 용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겁에 질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목숨을 구하려 하는 행동이다. 시베리아호랑이를 35년 동안 연구한 러시아의 호랑이 전문가 아브라모프가 한 말이 있다.

“겁 많은 개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주인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 대결 상황을 만드는데 (중략) 호랑이는 개를 잡아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설사 그 주인이 무장을 잘 하고 있더라도 절대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데이비드 쾀멘의 『신의 괴물』)

더구나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사냥꾼이 조준에 실패해서 호랑이를 더욱 성나게 하면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평소에는 도움이 되는 존재가 결정적인 순간 불행을 만들고 마는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도 종종 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에게는 여러 제자가 있었는데 전략가로 알려진 알키비아데스도 그 중 하나였다. 부잣집 출신의 아름다운 청년이었던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를 열렬하게 추종했는데, 아슬아슬한 흥분을 즐기는 성향으로 인해 입이 거친 게 흠이었다.

이런 그가 자신의 권력 확보를 위해 대중을 선동, 시칠리아로 원정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헤르메스 신상(神象) 훼손 용의자로 소환령이 내려지자 그대로 스파르타로 망명해버렸다. 거기서도 자신이 살기 위해 아테네에 불리한 전략을 스파르타에 조언하는가 하면,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의 동맹을 주선해 아테네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당연히 아테네 시민들이 분노했는데 비난의 화살이 엉뚱하게 소크라테스로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 같던 소크라테스를 기득권 세력들이 이 상황과 교묘하게 연결시켰던 것이다. 정작 알키비아데스는 나중에 스파르타와 페르시아가 전쟁을 벌이게 한 공을 세워 개선장군처럼 귀국했고 말이다.

일반인이건 조직을 이끄는 리더이건 함께 하는 사람을 잘못 골라서는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무엇보다 큰 소리 치는 것으로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감추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의 큰 소리라는 게 자신감이나 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호랑이를 만난 개처럼 겁을 숨기거나 알키비아데스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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