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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8%에 25만원씩 지급…전국민 재난지원금 포기한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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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여야가 23일 진통 끝에 합의했다. 쟁점이었던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해선, 고액자산가 등을 제외한 88% 국민에 1인당 25만원씩 주기로 했다. 24일 새벽 2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처리되면, 다음 주부터 지원금 지급 절차에 돌입한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쟁점서 물러선 與…추경 증액 합의한 野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맹성규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가장 큰 쟁점이었던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는 '소득 기준에 따른 선별 지급'으로 결론이 났다.

연 소득 기준으로 1인 가구는 5000만원, 2인 맞벌이 가구는 8600만원, 4인 맞벌이 가구는 1억2436만원 이상을 벌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럴 경우 전 국민의 88%가량이 지원금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당초 전 국민에 재난 지원금을 주자는 당론을 정했지만, 마지막에 선별 지급으로 한 발 물러섰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1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박홍근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1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박홍근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동네 상권에서 카드를 더 쓰면 환급해주는 캐시백(원안 1조1000억원) 예산도 7000억원으로 깎였다. 민주당은 이 예산을 모두 깎아 전국민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돌리자는 입장이었다. 맹 의원도 “다 깎았으면 했지만, 일부 남게 됐다”고 했는데, 캐시백 제도가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제출 추경안에 명시된 2조원 국채 상환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돈을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쓰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전체 추경 증액엔 국민의힘이 합의를 해줬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정부가 제시한 추경 규모(33조원)를 증액하지 않을 (방침)”(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했지만, 최종 합의는 '1조9000억원 증액'이었다.

늘어난 예산은 주로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에 쓰기로 했다. 정부 방역 조치로 손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주는 희망회복자금 등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3조 9000억원에서 5조 3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늘었다. 희망회복자금은 1인당 최대 지급액이 9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코로나 방역 예산도 4조9000억원(5000억원 증액)으로 늘었고, 이밖에 버스ㆍ택시 기사 등에 대한 지원(1인당 80만원씩, 재난지원금과는 중복 제외) 예산 1376억원과, 결식아동 지원 예산300억원이 새로 반영됐다.

오전부터 종일 힘겨루기…결국 기재부와 타협한 與

이같은 결론이 도출되기까지는 여ㆍ야ㆍ정 사이의 힘겨운 협상이 전개됐다. 이날 오전 7시 예결위 간사가 회동했으나 빈손으로 헤어졌다. 직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윤호중 원내대표가 “야당이 추경 처리를 끝내 반대하면 과감히 돌파할 것”이라며 추경안 단독 처리까지 시사했다.

민주당에선 “추경과 관련해, 여야 합의보다는 당ㆍ정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훨씬 어려웠다”(원내 지도부)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특히 이날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재난 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한 당·정간 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2일 제출한 정부 안은 소득 하위 80%에 25만원씩 주는 방안이었지만,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뉴스1

당·정 간의 대립은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선 “(기재부의) 80% 지급안 선별 기준이 대단히 모호하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13일 고용진 수석대변인), “기재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13일 진성준 의원)는 원색적인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보편 지급을 반대해온 기재부가 전날까지 “(전 국민에) 지급하는 건 당초 추경의 편성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이억원 1차관)고 정면으로 맞서는 등 배수의 진을 치면서 결국 민주당도 뜻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여야 합의 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기재부에 대한 불만, 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관철하지 못한 원내 지도부에 대한 격한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이 전국민 지급을 관철하진 못했지만, 당초 정부가 주장한 하위 80% 지급보단 범위를 넓히는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재부 안과 비교해 지급 대상이 141만 가구 늘었다. 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비교적 우호적 분위기가 여·야 협상에 윤활유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상임위 재분배도 합의…법사위원장도 후반기부터 野가 맡기로

이날 여야는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원구성 문제도 합의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안 합의 직후 의장실에서 만나 “여야의 의석 수를 반영해,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민주당) 대 7(국민의힘)로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21대 국회 개원 후 민주당이 독식해오던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중 정무위ㆍ교육위ㆍ문화체육관광위ㆍ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ㆍ환경노동위ㆍ국토교통위ㆍ예산결산특별위 등 7곳 위원장 자리를 국민힘에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1년 2개월만의 원구성 정상화다.

특히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도 21대 국회 하반기부터 국민의힘이 가져가기로 했다. 내년 대선 후부턴 야당 법사위원장이 나오게 된다. 다만 법사위의 기능은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 따라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법사위의 기능을 체계 자구 심사로 한정ㆍ축소하고, 심사 기간이 초과하는 경우 본회의에 부의되는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안이다.

그간 법사위를 넘겨 주는 데 반대해온 윤 원내대표는 “그동안 상원 노릇하던 법사위가, 이 기회를 통해서 정상적인 상임위가 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 ‘원상 복귀’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의 김 원내대표는 “야당 입장에서 합의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박 의장이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신 점을 반영해서 저희도 의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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