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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백신 거부자가 됐네요. 일자리도 잃게 됐어요"[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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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촉: 백신 거부자라고요?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강원도에 사는 진모(68·여)씨는 주변 고등학교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풀 뽑기를 한다. 정부가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다. 남편(70)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월 54만원을 번다. 노부부의 생계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진씨 부부는 일자리 사업에 탈락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노인을 일자리 참여자 선발에서 우대하겠다고 발표했다. 1차 이상 접종하면 5점의 가점을 준다는 것이다. 진씨 부부는 백신 미접종자다. 진씨는 "노인 일자리를 주관하는 시니어클럽 팀장한테서 백신 접종자 가산점 얘기를 듣고 기분이 아주 안 좋다. 일자리에서 떨어질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진씨 부부는 지난달 3일 마감한 60~74세 고령층 백신 예약에 신청하지 못했다. 진씨는 당시 중국에서 3주간 격리된 상태였다. 남편은 백신 접종 후 혼자 집에 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예약을 망설였다. 예약 마감 하루 전 주민센터에 전화로 접수하려고 했으나 안 받아줬다고 한다.

병원 몇 군데에 전화하니까 다 찼다고 했다. 진씨는 "한 병원 관계자가 남편에게 '예약해놓고 접종을 안 할 거면 예약을 안 하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진씨는 중국에서 귀국 후 보건소에 사정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질병청 콜센터, 강원도 콜센터에 전화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진씨 부부는 예약에 실패했고 '접종 거부자'로 분류됐다. 자기 순번을 무시한 사람이 돼 맨 뒤로 밀렸다. 일러야 9월,10월에 맞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싫어서 안 맞은 게 아니다. 진씨는 "9월이든 10월이든 그 때라도 맞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한다. 델타 변이인지 뭔지가 돈다고 해서 겁이 난다고 한다. 진씨는 "엄청 불안해서 동네 마트도 금방 갔다 온다. 내가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옆 사람에게 옮기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진씨는 "친지 중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희귀 혈전증 불안 때문에 접종을 안 했다. 좀 있으면 화이자가 들어오면 기회가 올 거라고 기다린다"며 "이 사람도 접종 거부자 딱지를 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진씨 부부처럼 예약 신청 마감(6월 3일)을 넘겨 접종 거부자가 된 60~74세가 160만명가량 된다. 이들은 고위험군이다. 치명률·중증화율이 높다. 코로나 방역의 최종 목표가 치명률 감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7월에는 백신 기근이 심했다. 이 때문에 위기를 느낀 50대가 달려들었다. 8월 3100만회, 9월 4200만회가 쏟아져 들어온다. 물량이 쏟아질 테니 두고 보라고 자신한다. 가능하다면 8월에 진씨 부부 같은 의도하지 않은 접종 거부자는 맞히는 게 바람직하다. 원하지 않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다. 늦어도 9월을 넘겨서는 곤란하다.

질병관리청은 50대 예약 혼란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먹통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꽤 잃었다. 50대 741만명 예약에 네트워크와 서버가 맥을 못 췄는데, 2000만명이나 되는 18~49세 예약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60~74세 160만명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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