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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유령도시 됐다” 핫플 '커피스미스 1호' 폐점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가로수길에 위치한 커피스미스 1호점이 문을 닫은 모습. 커피스미스 1호점은 13년만에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 조해언 인턴기자

23일 가로수길에 위치한 커피스미스 1호점이 문을 닫은 모습. 커피스미스 1호점은 13년만에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 조해언 인턴기자

 23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10년 넘게 가로수길을 지켜왔던 ‘커피스미스 1호점’은 텅 빈 건물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건물 주변엔 사람이 진입하지 못하게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띠가 둘렸고, 건물 유리창에는 ‘가로수점이 임대 기간 만료로 7월 10일 영업을 종료하고 이전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커피스미스 가로수점을 찾아주신 많은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마지막 인사가 붙어 있었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랜드마크였던 ‘커피스미스 1호점’이 1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얼어버린 가로수길 상권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란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7월 23일 기준 가로수길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들 177개 중 39개의 상가가 임대문의를 내걸었다. 별표 표시한 부분이 공실인 가게 현황. 조해언 인턴기자

7월 23일 기준 가로수길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들 177개 중 39개의 상가가 임대문의를 내걸었다. 별표 표시한 부분이 공실인 가게 현황. 조해언 인턴기자

"올해 가로수길 건물 매매나 임대는 '0'" 

가로수길의 영업 부진은 커피스미스1호점 뿐만이 아니다. 가로수길에 들어서자 초입에 위치한 대형 4층짜리 건물이 주인 없는 채로 방치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가로수길을 둘러본 결과, 대로변에 있는 건물을 기준으로 총 177개의 상가 중 39개가 ‘임대문의’를 내걸었다. 신사동 부동산 관계자 A씨는 “올해 가로수길 건물 중에 매매나 임대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며 “프랜차이즈 기업에서도 건물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해두고도 적자가 나니 4년 만에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77개 상가 중 39개 공실…핫플 커피스미스 폐점에 ‘충격’

커피스미스 1호점의 폐점소식이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커피스미스 1호점의 폐점소식이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가로수길의 상징이던 커피스미스가 사라지자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2009년 커피스미스 1호점은 강남구가 선정한 ‘아름다운 건축물’ 상을 받기도 했다. 가로수길을 찾은 사람이라면, 이곳은 한 번쯤은 꼭 들리는 ‘핫플(핫플레이스)’이었다.

직장인 이정민(28)씨는 “친구와 약속장소를 잡을 때면 신촌의 ‘빨간거울’앞에서 보자고 하거나 가로수길의 ‘커피스미스’에서 보자는 식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을 정도”라며 “가로수길 상권이 죽어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커피스미스마저 없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가로수길을 찾은 김모(33)씨도 “커피스미스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가로수길에 커피스미스가 없어졌으면 가로수길 상권은 끝났다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가로수길의 '핫플'이었던 커피스미스 폐점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빠르게 펴졌다. 네티즌들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기분" “가로수길 커피스미스는 처음으로 서울에 여행 와서 서울을 진하게 느꼈던 곳”과 같은 반응을 내놨다.

23일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4층짜리 대형건물 전체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최연수기자

23일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4층짜리 대형건물 전체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최연수기자

 “10년 장사해도 가로수길, 이렇게 힘든 적 없었다”

오후 12시쯤 점심시간에 가로수길의 대로변을 거닐던 시민은 약 30명. 대부분 인근 회사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직장인이거나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다.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한 팝업스토어에서는 어린아이 2명이 작은 반지를 구매하자, 주인이 “오늘 첫 손님이니 2000원을 깎아주겠다”라고 말을 건넸다.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의 모습. 지나가는 사람이 없고 건물 곳곳 비어있다. 조해언 인턴기자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의 모습. 지나가는 사람이 없고 건물 곳곳 비어있다. 조해언 인턴기자

임대 문의를 걸어둔 가게는 브랜드의 간판 흔적만 남았다. 라네즈, 아이소이 등 화장품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가로수길에 관광객이 줄어들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가게가 바로 화장품업계라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유명 화장품 업체 프랜차이즈점 사장 B씨는 “이번 달 매출은 거의 없는 상태라 아주 힘들다”며 “아직 본사에선 이 가게 뺀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의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이사랑(31)씨는 “우리는 본사에서 이 가로수길점을 남겨두고 있어 이에 따르고 있지만, 매출은 정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일주일에 나흘 동안 매출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가로수길에서 젊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은 애플 스토어 가로수길점이 유일했다. 이곳은 전국에 두 지점밖에 없는 애플 스토어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파고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건 개인 자영업자들이다. 1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 중인 C씨는 “기업들은 자본이 있으니까 왔다가 빠지면 된다. 이렇다 보니 지금 가로수길은 유령도시나 마찬가지”라며 “10년 넘게 일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웠을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아서 온라인 쇼핑몰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가게 접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저 괜찮아지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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