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언덕 기어오르며 집회…그날 원주 확진자는 최다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6:40

업데이트 2021.07.23 17:53

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 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강원도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본사에서 콜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부의 잇따른 당부와 경고에도 끝내 불법 집회를 강행한 것이다. 시위대는 경찰이 ‘차벽’과 인력을 동원해 건보공단 주변을 막아서자 인근 아파트 단지와 공원 등으로 우회하는 방법으로 봉쇄를 뚫었다.

23일 강원도ㆍ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최소 8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은 23일과 30일 원주 건보공단 앞에서 상담사 직고용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3차 파업에 나선 콜센터 노조를 지원사격하기 위한 집회다.

 원주 건보공단 본부로 진입하기 위해 공원 언덕을 올라가는 민주노총 집회 참여자들 [독자 제공]

원주 건보공단 본부로 진입하기 위해 공원 언덕을 올라가는 민주노총 집회 참여자들 [독자 제공]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민주노총 측에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도심 집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 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엄중한 현 상황을 고려해 집회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고. 방역수칙에 반하는 금지된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주시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원주시는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집회는 4단계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1인 시위 외 모든 집회가 금지됐다.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23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주변에 경찰병력 및 경찰 차벽이 배치돼 있다. 원주 건보공단 집회는 1인시위만 가능한 상황이다. 강원경찰청은 원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 함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함에 따라 이날 예정된 민주노총 공공운수서비스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촉구 집회’를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뉴스1

민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23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본부 주변에 경찰병력 및 경찰 차벽이 배치돼 있다. 원주 건보공단 집회는 1인시위만 가능한 상황이다. 강원경찰청은 원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과 함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함에 따라 이날 예정된 민주노총 공공운수서비스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촉구 집회’를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뉴스1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주시에서는 오늘 코로나 이후 최고로 많은 23명이 나왔다”라며 “원주시는 오늘부터 3단계가 됐으며 집회의 경우 4단계 조치를 (적용)해서 1인(시위)까지만 하도록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건보공단 건물 주변에 경찰 버스로 차벽을 만들고 펜스를 설치했다. 공단으로 진입하는 길에 경찰을 배치해 차량을 검문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의 접근을 통제했다.  22개 중대 1760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집회 자체가 열리지 않도록 막겠단 취지였다.
정부의 당부와 경고에도 민주노총 측은 집회를 강행했다. 건보공단 바로 옆에는 아파트 단지와 수변공원이 자리해있다. 시위대는 건보공단 차량 진입이 어렵자 바로 옆 아파트 단지와 수변공원을 통과해 상대적으로 경계가 덜한 건보공단 건물 뒤쪽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이들을 막으려는 경찰과 밀고 밀치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 이모(34)씨는 “갑자기 100명은 돼보이는 사람들이 몰려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하더니 수변공원 언덕을 기어올랐다”라고 전했다. 이씨는 “이 시국에 전국에서 몰려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건보공단이 위치한 원주혁신도시 상인회는 이날 건보공단 앞에서 민주노총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열기도 했다. 인근 식당 주인 A씨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한숨만 나오는 상황인데 이 사람들때문에 집단감염이라도 터질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파업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을 규탄하며, 오늘부로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이 공단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건보 앞에 내걸린 '공정 채용' 플래카드 [독자 제보]

건보 앞에 내걸린 '공정 채용' 플래카드 [독자 제보]

이날 건보공단 집회 장소 인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눈물겨운 노력으로 입사하였습니다. 노력으로 이룬 자,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전국민에 열린 일자리 사회, 공정의 시작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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