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Live

"창문 열고 모기 잡았다" 짧고 굵게 끝낸다던 4단계 결국 연장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5:40

업데이트 2021.07.23 15:56

21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대기하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21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대기하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짧고 굵게' 끝내자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23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17일째 1000명대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내달 8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 연장에 더해 비수도권에 거리두기 3단계 일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4단계 조치가 시작되던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봉쇄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강도의 조치로서, 방역에 대한 긴장을 최고로 높여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짧고 굵게 끝낼 수만 있다면, 일상의 복귀를 앞당기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대로 2주 더 이어가면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고 수준의 거리두기 단계에도 확산 세를 빠르게 잡지 못한 건 새 거리두기에 구조적인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짧고 굵게 끝내기 위해선 사적 거리두기 외에 다중이용시설 제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중이용시설, 4단계에도 영업 가능 

19일 부산진구청 직원들이 서면일대 유흥업소 입구에 집합금지 행정명령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일 부산진구청 직원들이 서면일대 유흥업소 입구에 집합금지 행정명령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번 4단계(1→2→3→4) 거리두기 개편안이 본격 시행된 건 이달 1일(수도권은 12일)부터다. 지난해 6월 3단계(1→2→3) 체제에서 같은 해 11월 5단계(1→1.5→2→2.5→3) 체제로 변화한 뒤 약 9개월 만에 새로운 체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가장 큰 목표는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거리두기 체계 구축’이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기존에 이뤄졌던 다중이용시설 제한 조치를 최소화하고 개인 간 방역을 강화하는 대책이 마련됐다.

현재 적용되는 거리두기 개편안을 보면 유흥시설이나 콜라텍, 무도장 등은 3단계 적용 시에도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4단계가 돼야 집합금지가 적용된다. 식당ㆍ카페,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은 4단계라고 해도 오후 10시까지 운영이 가능하다. 과거 5단계 거리두기 안 적용 때는 유흥시설의 경우 이미 2단계부터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노래연습장과 실내체육시설은 2단계부터 21시 이후 운영이 중단됐고, 2.5단계와 3단계에선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지금은 4단계에서도 운영이 가능한 백화점도 이전 체제에선 3단계에서 집합금지가 내려졌다. 카페도 과거 2단계부터 포장ㆍ배달만 허용했다.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당시 전국에 2단계 이상 조처가 내려지면서 카페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4단계, 최고단계라고 볼 수 없어”

21일 오후 퇴근하는 직장인 등이 강원 강릉시 유천동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퇴근하는 직장인 등이 강원 강릉시 유천동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5단계만 해도 사실상 해외의 락다운(봉쇄)에 준하는 조처가 내려졌던 것과 달리 현재는 다중이용시설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최고 단계의 거리두기를 시행해도 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사적 모임 제한 기준을 5인에서 2인으로 해놔도 대중이 방역 피로감이 커진 데다 다중이용시설은 열려있기 때문에 알음알음 식당이나 카페에서 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변이를 고려하면 그때의 바이러스와 지금의 바이러스 확산 세는 다르다. 2주라도 락다운을 세게 거는 대신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이 아닌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현재의 4단계 체제 안은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2인씩 잘라서 모여도 누구 하나 단속하는 사람이 없다”며 “가장 강력한 단계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된 조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기존 체계 사이에 '0.5단계' 식의 꼼수를 쓴 방역 강화조치가 나왔듯이 4단계보다 강화된 수칙들이 나올 경우 국민 신뢰도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사실 기존 5단계 체계로 돌아가는 게 맞다”며 “현 체계를 유지한다면 최소한 비수도권을 3단계로 일괄 상향하고 4단계까지 올릴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새 거리두기 체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3차 유행 당시 유흥시설은 물론, 실내체육시설, 학원 등 모든 시설에 대해서 집합금지를 했다"라며 "효과는 있었지만 생업과 민생경제에 매우 큰 파급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4차)유행의 특징은 주로 지인, 동료 등 소규모 모임에서의 감염이 주를 이룬다" 라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집합금지보다는 개인활동을 실효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