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S대 나왔어”… 내연녀와 함께 ‘깡통 주식’ 팔아 540억 가로챈 사기범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3:14

법원 이미지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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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임을 사칭하면서 내연녀와 함께 540억원대 사기를 친 사업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 1만여명에게 이른바 ‘깡통 주식’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S대 사칭하며 내연녀와 함께 사기 행각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부장 진상범)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지난 21일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74억 5886만원을 명령했다. 김씨와 공모한 이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헐값에 사들인 부실회사를 우량 주식회사인 것처럼 꾸미고 다단계 수법으로 주식을 팔아 사기를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내연관계에 있는 이씨와 함께 지난 2018년 초에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김씨는 모친이 일본인으로 세계적인 갤러리를 관리하는 자산가라고 속였다. 자신은 유명 도예가의 외손자이자 S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총학생회장 출신임을 사칭했다. 그는 S대 출신의 인수합병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음을 내세우며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조합원으로 모집했다.

실체 없는 ‘깡통 주식’ 팔아 540억원 가로채

사기 이미지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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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분을 속인 김씨가 조합원들에게 소개한 사업 역시 실체는 불분명했다. 자본이 완전잠식된 영농조합법인을 1억 5000만원에 사들인 김씨는 이 법인이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주식회사인 것처럼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조합법인을 주식회사로 변경해 주식 가치를 상승시켜 10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를 할 조합원을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모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조합법인은 영업은 물론 사업 실체가 전혀 없었다. 주식회사도 아니었기에 실제 주식도 발행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판매한 주식은 이른바 ‘깡통 주식’에 불과했다. 주식거래나 인수합병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씨는 피해자들의 투자금 외에 별다른 수입 없이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돌려막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영장 기각 후 투자자 앞에서 또 사기

김씨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범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투자설명회를 열었던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이 압수되고 체포됐으나, 구속영장이 기각돼 석방된 후에는 전북 전주시에서 또다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피해자들을 끌어모았다. 김씨는 투자자들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지만, 검찰이 무혐의로 결정해 석방해 법적인 문제가 없는 투자이다”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추가 기소돼 구속된 상태에서도 동생을 통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 3600여명으로부터 주식 구입 명목으로 끌어모은 자금 155억원을 금괴와 현금, 차명계좌, 차명 부동산 등의 형태로 은닉하려 한 것이다. 검찰의 추가 기소 과정에서 피해자 수는 1만여명, 피해액 규모는 540여억원으로 늘었다.

法, “허황된 기망행위에 속은 피해자들도 책임 있어”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금융 질서를 교란하며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해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가 1만명이 넘고 피해액도 약 540억원에 이르는 등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징역 2년이 선고된 내연녀 이씨 외에도 범행을 공모해 피해자들을 모집한 일당 2명에 대해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상식에 반하는 허황된 기망행위 속아 넘어가는 등 피해자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피해액 전체의 3분의 2는 이미 회복됐거나 회복될 예정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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