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차접종한 아내, 생일날 심장이식 대기자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2:31

업데이트 2021.07.23 14:50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왼쪽)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 모습.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왼쪽)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 모습. 연합뉴스

"아내 생일이 7월 10일이에요. 케이크를 사와서 생일파티를 하려 했는데, 하필 그날 병원에 가게됐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죠. 당해보니 교차접종은 생체실험밖에 안됩니다, 이게 마루타아닙니까."

경남 함안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의 남편 안모(49)씨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이틀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내가 사경을 헤맨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올렸고, 현재 1만여명이 동의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안씨의 부인은 지난 4월 20일 1차 접종으로 AZ백신을, 12주가량 지난 5일 2차 접종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그 뒤 구토와 설사를 비롯해 흉부압박·몸살 증세 등이 나타났다.

접종 뒤 2~3일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라 안정되길 기다렸지만, 몸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 결국 2차 접종 5일째인 지난 10일 지역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고, 하루 뒤 상태가 더 악화해 창원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경남 함안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왼쪽)과 남편 안모(49)씨. 남편 안씨는 기자에게 빛바랜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런 이쁜 아내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불행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사진 안씨 제공]

경남 함안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혼수상태에 빠진 40대 후반 여성(왼쪽)과 남편 안모(49)씨. 남편 안씨는 기자에게 빛바랜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이런 이쁜 아내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불행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사진 안씨 제공]

"기초조사 전화 10분이 끝…질문은 1339에 하라더라"  

안씨는 "이렇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뉴스에서 백신 접종 뒤 부작용 사례를 봤지만 '설마 부작용이 있겠나' '우린 젊으니까 괜찮을 거야' 이런 생각이었다"며 "아내가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백신 접종의 중요성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백신 부작용과 인과성을 조사 중이지만, 큰 진척이 없다. 사무적인 응대 태도를 보이는 것에도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입원 뒤 함안군보건소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신고했는데, 하루 이틀은 '군수에게 보고한다'고 전화하더니 더는 확인도 없다"며 "조사 진행 상황을 묻자, 보건소 담당자가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기다리시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빠르면 한 달 반, 최대 석 달까지 걸린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원한 대학병원 관할) 창원보건소에서 기초조사를 한다고 전화가 왔는데 10여분 통화한 게 끝이다. 이 내용으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추진단 피해조사반이 인과성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며 "지난달 아내가 받았던 신체검사 자료를 참고자료로 내는 방법을 물어도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질병청이랑 통화해보라며 대표전화 1339를 알려줬는데, 몇 번을 전화해도 통화연결 자체가 잘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달 18일 안씨의 부인은 양로원 입사를 위해 함안군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당시 보건소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냈다고 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정부 믿고 맞으라더니…책임 안 지려는 것처럼 보여" 

안씨는 "정부가 백신 접종의 효과만 선전했지, 교차접종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알린 적이 있느냐"며 "정부가 'K-방역' 성공에만 눈이 멀어 임상 결과가 충분하지 않은 교차접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믿고 접종하라, 부작용이 생기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정부와 보건소의 대응 태도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분노했다.

이어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렸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백신 접종 뒤 피해를 봤으면 인과성이 있든 없든 보상을 먼저 해줘야 한다"며 "만일 사망하면 부검까지 한다는데, 정부가 '인과성 없다'고 판정하면 사람 두 번 죽이는 게 아니냐. 질병청의 인과성 판단 결과가 나와도 이의제기 기회는 30일 내 단 한 번뿐이라고 한다. 우리같이 의학지식 없는 사람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활고도 걱정…일단 최소경비라도 줬으면"

그는 "형편이 좋지 않아 맞벌이를 하는데,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어 나도 일을 못하고 간호만 하고 있다"며 "병원을 오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생활고도 걱정이다. 정부가 일단 최소경비라도 먼저 지급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이 나올지 모르는 병원비도, 환자 측이 먼저 다 납부해야 하고 정부는 차후 백신과의 인과성이 밝혀져야만 정산해준다고 한다"며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또 "차라리 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이 믿고 접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심장이식만이 희망…"중2 아들 내색하지 않아 더 마음 아파" 

한편 안씨의 부인은 관상동맥 경화로 긴급처치를 받고 중환자실에서 에크모(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 치료를 받고 있다.

안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병실에도 들어가기가 어렵다. 방호복 입고 들어가 1~2분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연령이 되지 않았는데, 미접종자의 경우 병원 출입을 위해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안씨 또한 3일에 한 번꼴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심장 이식 수술을 권하고 있다. 2주 내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현재 이식받을 심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내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때까지 잘 버텨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안씨는 "아내가 사용했던 물건만 봐도 눈물이 나서 안방도 못 들어간다"며 "두 아들 중 맨날 엄마만 찾던 중학교 2학년생 막내아들이 상황을 알고 내색도 하지 않는 게 더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함안군보건소와 경남도청 복지보건국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각각 "아는 게 없다"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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