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 4%뿐인데…444일째 감염 0명, 브루나이 대처법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11:55

업데이트 2021.07.23 12:07

지난 4월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4월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시민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15개월째 지역 내 감염 '0명'을 기록 중인 나라가 있다. 바로 동남아에 있는 브루나이다. 이 나라는 최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네시아발 여행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며 또다시 변이바이러스 '철통방어'에 나섰다.

23일 브루나이 보건부와 주브루나이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 나라는 지난해 5월 6일 지역사회 감염자가 확인된 뒤 444일째 지역감염자가 없다. 총 인구는 44만여명인데, 마지막 지역감염자까지 누적확진자는 141명에 불과하다. 지역 내 감염률이 0.032%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 뒤로 확인된 확진자 170여명은 모두 해외입국자다. 이 나라의 누적확진자 수는 총 310명대로, 누적사망자 수도 3명에 불과하다.

브루나이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선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윌리엄 케이스 노팅엄대 말레이시아캠퍼스 교수팀은 '동아시아포럼' 학술지에 '브루나이의 코로나19 성공스토리 이면'이란 제목의 연구분석을 실었다. 이를 바탕으로 네 가지 방역 성공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① '중국의 분노를 무릅쓴' 발 빠른 입국 금지

브루나이는 지난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보고되자 지난해 1월부터 '중국의 분노를 무릅쓰고' 후베이성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한 달 뒤부터는 모든 국가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체온검사를 하는 등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3월 9일 말레이시아 방문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오고, 보름 만에 100여명까지 확산하자 방역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다. 내국인의 통상적 해외여행을 금지시키고, 외국인에겐 사전 승인을 받아야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발 감염자 입국이 잇따르자 브루나이 총리실은 지난 19일 "사전 승인을 받았더라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② 이슬람 '국교'인데, 사원 폐쇄…"집에서 기도하라"

이 나라의 국교는 이슬람교다. 하지만 이슬람사원에서 모이는 것만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사원의 문을 닫았다. '집에서 쿠란 경전을 낭독하며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슬람의 큰 명절인 '르바란'기간에도 가족들 외 모이지 못하도록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 17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국왕의 75번째 생일 기념파티가 열리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17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국왕의 75번째 생일 기념파티가 열리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③ 발빠른 방역수칙 적용…병상 3주만에 2배 늘려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역규칙을 빠르게 채택하고 거리두기 규칙을 적용했다. 정부는 SNS와 언론 등을 통해 실시간 코로나19 현황을 빠르고 투명하게 알렸고,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브루헬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접촉자를 추적했다.

또 1500만 브루나이달러(약 127억원)를 특별예산으로 편성해 '코로나19 구호 기금'을 만들고, 4단계에 거친 코로나19 극복계획을 수립했다. 확진자가 많아질 경우 격리병상이 많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금 중 1100만 브루나이달러(약 93억원)는 격리병동 확장에 사용했다. 그 덕분에 3주 만에 이 나라의 병상 수용 능력이 2배로 높아졌다.

브루나이 술탄이자 국왕 하사날 볼키아가 지난 15일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열린 75번째 생일 축하파티에 참석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브루나이 술탄이자 국왕 하사날 볼키아가 지난 15일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열린 75번째 생일 축하파티에 참석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④ 강력한 리더십…국민들도 존중하고 협조

이슬람교의 최고 종교 권위자인 '술탄'(하사날 볼키아 국왕) '라마단' 기간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의 암울한 현실을 언급하며 "나는 우리모두의 단합된 예방 노력과 기도로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 전체에게 종교적 믿음과 과학적 믿음을 심어줬다.

사회지도층부터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국민들도 정부의 방역지침을 존중하고 협조했다. 방역지침을 어기는 사람은 엄벌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벌금형과 징역형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6일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브루나이는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싱가포르와 대비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4월말부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왔다. 지난 5월부터는 이슬람사원이 문을 여는 등 집회규제가 완화됐다. 지난 15일 열린 볼키아 국왕의 75주년 생일기념 행사는 성대하게 개최됐고, 참석자들도 '노마스크'차림이었다.

물론 브루나이는 이슬람 절대 왕정 국가로 술탄의 리더십이 절대적이고, 국토면적도 57만7000여㏊로 남한 면적(1003만6000여㏊)의 17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조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 방역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던 싱가포르가 최근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언한 뒤 집단감염이 속출하며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위기와 비교해도 브루나이의 성공이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남은 변수도 있다. 브루나이의 코로나19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전체인구의 24%가량인 11만여명이 1차 접종을 마쳤지만,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국민은 4.4%인 2만여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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