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댓글 조작 더 많았는데"…김경수 선거법 왜 무죄?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6:00

업데이트 2021.07.23 08:31

대법원이 '드루킹 포털 여론조작'을 공모한 혐의(업무방해)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형을 확정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최종 무죄로 판단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김 지사가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이후 7개월여가 지나 드루킹 일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2017년 대선 댓글 조작의 대가이지 2018년 6월 지방선거 운동 대가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논란이다. 허익범 특별검사 역시 판결 직후 재판부의 해당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21일 경남도청 앞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봉근 기자

21일 경남도청 앞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봉근 기자

'대선 여론 조작 인정’에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왜 무죄?

22일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김 지사의 이익 제공 의사표시가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고 한 의사표시는 2017년 5월 대선 과정에서의 보답으로 보는 게 타당하고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확정 지은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대선 직후엔 지방선거 후보가 특정되지 않아 댓글 조작은 법적 선거운동이 아니다'는 항소심 판단은 뒤집었다. 대법원은 "선거운동의 대상자인 후보자가 특정돼 있지 않더라도 장차 특정될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과 관련해 이익 제공 등을 한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포털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재판별 판단 그래픽 이미지.

‘포털 댓글 조작’ 김경수·드루킹 재판별 판단 그래픽 이미지.

대선 7개월 지났는데 대선의 보답? 

법조계 일각에선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시점이 대선 이후 7개월여가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선의 보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지사는 2017년 12월 28일과 2018년 1월 2일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일당 중 한명인 도모 변호사를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때는 대선이 7개월여가 지났고,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2018년 1월은 이미 각 정당이 지방선거 대비 체제로 운영되던 시기"라며 "김 지사가 대선 이후에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관여하고 있다고 인정됐는데도 지방선거와 관련이 없는 이익 제공이라는 판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대선 이후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일본 대사→오사카 총영사→센다이 총영사로 이어지는 공직 요구 및 제안의 흐름이 대선에 대한 대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판단해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대선 이후 유죄로 인정된 댓글 더 많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대선 이후 댓글 조작 건수가 더 많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유죄로 인정된 댓글 조작 건수는 2017년 대선 이후가 더 많다"며 "대선이 끝났는데도 더불어민주당 옹호와 야당 비난 댓글을 단 이유는 당연히 지방선거까지 내다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지방선거까지 목표로 했다는 다수의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직에 대한 이견으로 김 지사와 김씨의 갈등이 고조될 당시 도 변호사가 작성한 한 문서에서는 "향후 지방선거와 관련한 작업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김경수에게 통보하는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특검의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3월 14일 김 지사를 만나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부탁을 받고 온 뒤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 달 뒤인 4월 14일 김씨는 민주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에게 ‘저희 조직의 1차적 목표는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승리, 그리고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또 그다음의 목표는 2018. 6월의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례적이지만 증거 살펴본 재판부 입장 존중해야"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익 제공의 의사 표시를 대선과 지방선거를 나눠서 판단한 점은 이례적이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항소심이 이 쟁점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인정 문제로 봤기 때문에 대법원이 판단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입증의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증거를 살펴보고 판단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항소심이 ‘김경수-드루킹 공모’ 인정한 5가지 이유 그래픽 이미지.

항소심이 ‘김경수-드루킹 공모’ 인정한 5가지 이유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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