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치프 바이어’란 그 사람, 근무때 맛집만 다니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07.23 06:00

"맛보다 '인스타그래머블'한가가 매출 결정한다."

롯데백화점 양현모(39) F&B팀 선임상품기획자(치프 바이어). 그는 자신의 명함에 ‘맛집전도사 & 인싸템연구가’라고 소개하고 다닌다. 백화점에서는 식음료업계 트렌드를 읽고 전국 맛집을 발굴해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일을 한다. 전국 맛집을 돌며 3~4인분씩을 먹기도 하고 한 해 동안 600명여 명의 요식업 종사자를 만난다. 최근 그에겐 인플루언서들의 SNS 계정을 살펴보는 일이 추가됐다. 양 바이어는 22일 “기존엔 식당 매출이 맛과 품질로 좌우됐지만 요즘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ㆍ’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한가로 결판난다"고 강조했다.

동탄점, 축구장 2개 만한 식·음료 매장
식음료 매출, 전체 매출의 20%까지 커져

어떤 백화점 갈까? 맛집에 따라 결정  

백화점의 식·음료(F&B) 매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게 식ㆍ음료 매장은 온라인 업체와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품이야 온라인으로 살 수 있지만,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 이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가르는 게 바로 식·음료 매장이다. 백화점들이 식·음료 매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롯데백화점의 오피스 상권으로 꼽히는 서울 소공동 본점만해도 식·음료 매장에서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나온다. 주거상권인 노원점은 이 비중이 17%, 신도시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선 20%로 더 높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과거 ‘퇴근-외식-귀가’패턴이 ‘퇴근-귀가-외식’의 형태로 바뀌면서 맛집 유치는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맛집을 찾아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었다는 것이다.

롯데百 동탄점은 식·음료 매장만 100여개

이에따라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문을 여는 동탄점에 영업면적(8만9000㎡)의 28%가량(2만4690㎡)을 아예 식ㆍ음 매장으로 꾸몄다. 동탄점 푸드 에비뉴(Food Avenue)의 규모는 축구장 2개 면적(약 5500평 규모)보다 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탄점은 가족 단위 고객들을 위한 식당, 엄마들이 즐기는 브런치 등 장르를 총망라해 100여 개의 식ㆍ음료 매장을 입점시켰다"며 "소공동 본점보다 식ㆍ음료 매장이 30곳가량 더 많다"고 말했다.

더 현대 서울도 유명 맛집·카페 공 들여 

올해 초 개장한 ‘더 현대 서울’ 역시 식품관 구성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을 비롯, 일본식돈까스 전문점 ‘긴자 바이린’, 서울 유명 맛집인 몽탄ㆍ뜨락ㆍ금돼지식당이 손잡고 한국식 BBQ(바비큐) 메뉴를 선보이는 ‘수티’ 등 유명 맛집을 들였다. 이에 더해 ‘블루보틀’, ‘카페 레이어드’, ‘카멜 커피’, ‘테일러 커피’ 등 다양한 디저트 매장도 선보였다. 특히 더 현대 서울의 2~4층 각 층 매장 중 ‘워터폴가든(12m 높이의 인공 폭포)’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는 로라스블랑, 미켈레커피 등 카페를 입점시켰다.

신세계, '팔도 유랑단'이 맛집 발굴 

신세계백화점도 동네 맛집 발굴로 유명하다. 식ㆍ음료 바이어들이 ‘신세계 팔도 유랑단’으로 불릴 정도다. 덕분에 다음 달 말 오픈 예정인 대전 신세계엑스포점의 경우 지역 특색을 한껏 살린 한식은 물론 고급스러운 카페와 디저트 베이커리까지 층별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ㆍ음료 매장의 경우 SNS나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면 인증샷을 찍기 위해 고객들이 몰려 다른 제품군의 구매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도 맛집 입점은 윈-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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